brunch

매거진 인 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창한오후 Nov 27. 2017

D

인연 연결꾼  

인연은 인연이 될만한 사람과 인연 되는것 입니다.



2016년 5월 21일 서울신문 마라톤 대회는 아주 특별한 대회였습니다.

날씨가 달리기는 조금 덥다 싶었지만..

아주 아름다운 봄이었어요.   

그냥 그런 날이었다면 여느 대회로 기억에서 소멸됐을 건데.... 음음....


우리들 모임 자리는 대회장에서 살짝 떨어진 한적한 호수가입니다.  

달리고 돌아와서 미리 준비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땀 흘린 뒤 먹는 막걸리 맛은 죽이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건장한 청년 리오 군.

먼 외국생활을 2년 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해필 내 눈앞에 알짱(?) 거리며 어디 가지도 않고..

겸손한 미소로 제 말을 잘 듣는 거 아니겠어요?

글쎄 그게 너무 이쁜 거예요.

말이 많은 사람은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ㅋ


저는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조금씩 더 취하고 있었습니다.


라임 양.

다소곳해서 언제든 기분이 좋아지는 울산 아가씨가 인사를 하는군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두 사람 선남선녀 사이에 서게 됐어요.

그것은 묘한 계시가 있었나 봅니다.

스스로도 생각 못했던...

내 입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라임아 일루와 봐.. 리오 너도 일루 오구...."

"네?...... "

왼손은 라임 팔을 잡고, 오른손에 리오 손을 잡았습니다.


"라임아 너 몇 살이냐?"

"네?... 서... 른이요.."

"사귀는 사람은 있고?"

"아.. 니 없어 요.."


"리오 야 넌 몇 살이냐?"

"... 네? 서른 넷이요..."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어랏? 내가 사랑하는 짝꿍과도 같은 네 살 차이..


"너네 둘이 사귀어봐라"


갑작스러운 아저씨표 중매에

처녀/총각 서로 눈을 못 마주치는데요..


라임 양은 45도 돌린 얼굴로 땅만 바라보고 있고

리오 군은 말을 더듬는데..

"... 저.. 저야.. 좋긴.. 한데........."


"야야 나이 차이 딱 좋네.. 그냥 사귀면 되겠다"




=========== 중략 ============




술 깬 다음 날....

'에구 이건 뭔 주책을 떨었다냐' 하며 괜한 말을 했다 후회했어요.

그런데요.


글쎄

얘네들이 결혼을 한다네요?


선무당 중매쟁이가 됐습니다 ㅎㅎ


그냥 뱉어낸 말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놀랍습니다.

당연히 축하하고..

좋은 일 했다고 내심 살짝 기쁩니다만은

남 인생에 끼어든 것 같은 묘한 감정도 있어요.





인연은 인연이 될만한 사람과 인연 되는 것이겠지만

인연을 맺어줄 인연도 중요한 걸 배웁니다.


인연이 되게끔 한 저로서는

아주 잘 살길..

아니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동반자가 되길 빌어 봅니다.  




PS. 아놔~!

배우자 못 찾은 선남선녀들은 줄을 서시오!

한 팔 맡기면 인연 연결꾼이 다른 팔로

좋은 짝을 찾아 주겠소!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에게 내 사랑을 부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