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알바_지인 회사에 하루 보내며..
대견하게 잘 크는 아들이 너무 좋습니다.
중1 때.
심한 짜증이 사춘기였음은 지나고 평온해진 얼굴을 보면서야 알았어요.
세 살 터울 둘째 아들도 곧 시작할 텐데 그때만큼 놀라진 않겠지 합니다.
아들이 되려고 된 게 아니듯 아비가 되려고 된 것 또한 아닙니다.
첫째가 크면서 처음 갖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언제나 애기일 줄 알았던 녀석이 사춘기를 맞았을 때 홍역 치루듯 보냈습니다.
그보다 더 어릴 때로 가보면
미장원 처음 머리 깎던 모습부터 놀라움이었죠.
흰 보자기를 두르고 보조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게 뭐가 그리 신기한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유치원 원복 처음입은 모습,
초등학교 입학식... 아 그날은 정말 잊히지 않는데요.
'내가 학부형이라니..'
이 모든 사건을 뒤따라 겪는 둘째는 경험 뒤라
별 감흥 없이 지나갑니다.
뭐든 처음만 놀라운 건가 봐요.
시간은 잘도 갑니다.
쑥쑥 자라나 교복을 맞춰 입던 날도 기쁜 표정으로 사진 한 장 찍었어요.
너무도 큰 교복을 보면서 이렇게 크게 입어도 되나 싶었는데..
이젠 그 교복이 작습니다.
겨울방학 지나면 중3이 되는 녀석은..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합니다.
그러다 보면 늦잠을 자고..
춥다는 이유로 밖에 한 번도 안 나간 채
핸드폰과 게임으로 지새우기 일쑤죠.
이걸 매일 보는 아비 심정이 좋을 리는 없어요.
학원도 쉬고 싶다고 해서 한 달간 쉬게 했어요.
점점 더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아비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입니다.
어쩌면 훈육으로 당겨야 되는 건지.. 어떤 게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삶 방법에 정답이 있을 리 없는데요.
공부?
좀 못해도 됩니다.
전 그냥 운동 좀 하고, 책좀 읽고, 돌아다니면 좋겠지만
본인이 느끼지 않는데 억지로 시킬 수도 없어요.
그나마 적당한 아령 사다 두고 운동에 흥미를 만들어주려고는 합니다.
최근 학원 담임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집에서 공부 안 하는 걸로 아는데 방학동안 학원마저 쉬면 어떡하냐는 말씀에
"전 우리 아들에게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
이런 말은 처음 듣는지 선생님은 흠칫 놀라더군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 연고대 간다라면 아비로서 덩실덩실 춤을 출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다지 그럴 것 같지도 않고, 세상을 살아보니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방법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잘하는 걸 막고 싶진 않습니다. 또 조금은 잘 하기도 합니다.
제가 무책임하다고 생각도 듭니다.
뭐가 옳은 건지 내 안에서 충돌이 벌어지는데요.
아무리 고민해봐도 언제나 답은 '모른다' 뿐입니다.
그냥 자식들이 마음 편안한 울타리가 되는 것만이 내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다 알아서 자기 인생을 만들어 살아간다는 믿음으로 말이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고등학생이 될 것이고, 대학생 혹은 군인이 될 것인데요.
남들보다 더 뛰어나진 못해도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도 꼭 나쁘지 않을 듯해요.
또 누가 압니까 뭐로 창의적인 세상을 열어놓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