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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Oct 24. 2018

복사골 마라톤 대회 하프 후기

몸에 힘을 빼고 달린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달리기는 하는데요. 

게으른 러너가 돼버린 걸 고백합니다. 

뭐 한때는 부지런한 적 있었으니까요. ㅎ


부천 복사골 대회는 첫 하프를 달렸던 대회로 저에겐 추억이 있는 코스입니다. 

반가운 회원님들과 만나 사진 찍고 대화하고 출발선에 섭니다. 

대회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합니다. 


가벼운 컨디션으로 출발. 

종합운동장 밖으로 나가서 바로 있는 터닝포인트. 

뒤에서 첫 출전하는 사람에게 코치하는 말이 들려옵디다. 

"보폭은 좁게, 몸에 힘을 빼고~!"


'몸에 힘을 빼고... 몸에 힘 빼고, 힘 빼고... 힘을 빼...'



머리에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지난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전 수영을 참 못합니다.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 저학년 때 같이 간 형의 짖꿎은 장난이 출발이었다고 기억나네요. 

튜브를 뒤집어 거꾸로 물에 박힌 두려움이 성인 돼서도 어떤 트라우마가 생겨난 듯합니다. 


몇 년 전 마라톤 동호회 고모레비 형에 강한 추천으로 수영장에 다닌 적 있습니다. 

코치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지도해 주었지만 그게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니었어요.   

신기했던 것은 힘이 잘빠지면 나도 물에 뜨더군요. 

결국 맞지 않아 수영은 접었습니다만. ㅋㅋ


또 족발집을 창업해볼까 싶어 배우러 다닌 적이 있는데요.

삶아진 족을 써는 칼질이 쉽지 않더군요. 

그냥 칼이 지나가면 멋지게 한 접시 뽑아내던 코치님은

팔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어깨를 흔든다는 생각으로 해야 된다네요. 쉽진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내 스물 시절 배웠던 사물놀이도 그랬습니다. 

장구는 힘을 빼고 타격해야지 힘이 들어가면 가죽이 찢어집니다. 


모든 건 몸에 힘이 들어가서 좋은 게 없나 봅니다. 

그것은 경직된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리는 동안 몸에 힘을 빼면 어떤 주법이 완성되는지 계속 생각하면 달렸습니다. 

그러다 잠깐 놓치면 다시 힘이 들어가던데요. 

오늘 달리면서 내 생각 주제가 되어 버렸네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리드미컬한 내 다리는 잘도 나아갑니다. 

작년 이 대회에서 무릎 통증으로 계속 달릴 수 없어서 결국 엠블런스 타고 포기했었는데요. 

오늘 2시간 이내로만 들어온다면 아주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초반 느리게 달린 것 빼고는 2시간 페이스메이커 앞에 달렸습니다. 


작년 1차 포기했던 6킬로 지점을 가볍게 지나갑니다. 

끝내 접었던 12킬로 지점도 가뿐히 넘어섰지만

그러나 2시간 이내 골인은 자신하진 못하고 있었어요. 


동생 황비용님이 처지지 말게끔 이끌어 주었습니다. 


결국 기록을 1:58.45로 골인~!!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던 기록을 얻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몸에 들어간 힘을 뺀다는 것도 쉬운 건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도 장거리 레이스에서 결국 몸에 힘이 빠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남는 힘을 빼야 할 때와

모자란 힘을 넣어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 생각 가득한 대회였습니다. 




<장거리 레이스를 마친 뒤 다시 장거리 레이스를 시작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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