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십 대 때 부천에서
'빛터'라는 사진 동호회에서 카메라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초 카메라는 니콘의 FM2.
90년대 당시에도 이 카메라는 많이 낡아가는 옛 버전이었는데
완전 수동인 이 녀석은 사진 배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사진가의 역량에 따라 높은 수준의 작품도 가능한 카메라입니다.
<이십 대 당시 내 모습>
<1998년 5월 혼자 광주 여행_망월동>
<같은 때 전남 고흥으로 시집간 친척 누나네 애기(오른쪽)와 그의 사촌들.>
그렇게 약 2년간 매우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회원끼리 모여서 그동안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영사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학생 신분의 나는 솔직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월 회비 2만 원도 큰 부담인데.. 출사 비용.. 필름 구입.. 현상.. 인화..
이 모든 비용은 장난 아녔기에 재미는 있었지만 포기했어요.
알 수 없는 먼 미래에 사정이 나아지면 그때 하기로 막연하게 미루면서... orz
DSLR의 보급이 높아지면서 붐이 일었던 2011년.
펜탁스 똑딱이와 산요 동영상 전용 제품 두 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난 진정한 카메라가 사고 싶었습니다.
어떤 걸 사야 하나..
며칠을 공부했는지 모릅니다.
최종 선정 뒤에도 백만 원이 넘는 고액이라 한참 망설였어요...
결국 6개월 할부로 질렀습니다.
후회가 없을 정도로 그 뒤 참 좋은 인생 사진을 남겼습니다.
손때가 많이도 묻었네요.
<이렇게 띨띨해 보이던 둘째 한중이도 벌써 열두 살이 됩니다.ㅎ>
<첫째_흑백사진 중 참 맘에 듭니다.>
삶에 바빠 1년 넘게 카메라 가방을 열지 못하고 살다가.
마라톤이란 해괴한 취미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다시 찍기 시작했습니다.
회원들 많이도 찍었는데..
정기모임 대회를 한번 나가면 보통 800~1,200 장을 찍어오곤 했어요.
모두 쓰는 것은 아니기에 컴에 앉아 사진들을 정리하고 카페 올리다 보면
찍어 온 사진은 적어도 3번 이상은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요.
안 찍으면 잊힐 기능들을 숙달하기 참 좋았던 듯합니다.
<2012 대부도 마라톤 대회_카메라 들고 대회 최초 출전 사진>
2015년 여름
한강에서 달리던 도킹 대회 중 중 자전거와 부딪치며 넘어졌는데요.
하늘로 날아 오른 카메라는 땅에 떨어지면서 결국 제 수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지막 단체 사진까지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거. 흑흑..
기특하고 대단합니다..
장하다 내 카메라 이름을 남겨봅니다.
소니 알파 A33 그리고 1855 SAM 렌즈.
얼마 뒤 다시 새로운 카메라를 입양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달려 나오는 카메라도 성능이 매우 우수하고,,
요새 나오는 고성능 작은 미러리스도 좋은데 뭘 이렇게 무거운 카메라를 또 샀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좋은 사진을 원합니다.
일주일 정도 중고나라에 엄청 검색하며..
새로운 매물들을 선점하려 자다가도 깨면 살펴봤습니다.
사실 그렇게 집중하는 것도 즐겁더군요.
싸고 좋은 물건이 나와도 지방이면 구입할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는데
카메라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봐야지요.
결국 탐론 번들로 업그레이드된 새것 같은 A57 구입
총 40만 원 지출.
이건 완전 득템입니다. 하하하
멋진 내 삶의 기록을 만들어줄 이 녀석
후회없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