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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Mar 21. 2017

다섯 번째 풀코스 완주.

2017년 서울 국제마라톤 88회

토요일 아무 일정 없이 하루를 보낸 뒤

각종 준비물을 현관 앞에 대기시킨 뒤 잠자리에 듭니다.

일요일 아침 4:30에 기상.

이불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채 두 손으로 발바닥을 조물조물합니다.

이것은 족저근막염 예방이 되는 첫 스트레칭 이기도 하지만 잠이 깨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거실 조용히 밥솥에서 뜨거운 밥을 뜨고, 시원한 보리차에 말아먹습니다.

반찬이라고는 볶은 김치 하나, 목구멍에 잘도 넘어갑니다

언젠가 조금 먹고 나갔던 대회에서 달리는데 너무 배고픈 적이 있었어요.  

그 뒤 한 공기 이상 먹습니다.  


부천역 6시. 탑승하는 전철에는 이미 많은 러너들이 보이네요.

모두 광화문으로 가고 있습니다.


도착한 이곳은 이미 흥겨운 잔치집입니다.

들썩거리는데요 사진 찍으랴 화장실 가랴 짐 맡기랴 정신없네요.  



작년 가을 춘천 마라톤 기록 4:05인데.. 헐 보잘것없는 이기록을 바탕으로 B그룹 이라니..


폰을 가지고 달리시는 분께서 출발 전 사진을 남겼습니다.  



풀코스 네 시간 안에 들어오는 Sub 4를 기정 사실화 장담했지만..

훈련량은 밑받침이 되지 못했었습니다.

잘은 달렸는데요. 역시나 36km부터 느려지네요.

언젠가부터 접었다 펴지는 발목 앞쪽이 뻑뻑한 게 억지로 끌어오듯 해야 합니다.


하루 뒤 글을 쓰는 오늘은 자고 일어나니 내 근육이 어디가 부족했었는지 알려줍니다.

허벅지 앞과, 발목 앞(이건 특히 오른쪽)에 통증으로 남아있습니다.

스쿼트를 많이 하면 허벅지가 좋아지겠으나.. 발목은 꾸준히 달리는 수밖에 없지 싶네요.  



 

18km 지점 우리 자원봉사 팀원이 찍어주는 사진에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합니다. ㅋ

종로 2가쯤 될 거 같네요.








다섯 번째 풀코스를 하는 동안 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첫 번째 느꼈던 긴장감은 다시 들지 않는데요.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부족한 것을 많이 알게 해 주는 매력이 있어요.





레이스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88회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마라톤입니다.

최대 참가자 3만 7천 명인 데요.  

아직 달리는 사람도 많을 시간이지만 제 뒤를 보면

옷 갈아입고 쉬는 사람들만 해도 인원이 엄청납니다.  

각자의 이 사람들도 뭔가를 가져갔을 겁니다.

저 또한 다섯 번째 풀코스에서 다시 겸손을 배웠고요.

더 정진하고 싶은 욕망을 발견했습니다.  











대회 총평

2017년 날씨는 손이 시리지 않을 정도에서 시작한 아주 좋은 기온과

예보는 안 좋았으나 미세먼지 농도는 작년에 비해 매우 좋았습니다.

몸무게 3kg으로 늘었으며, 3일 전부터 금주를 했습니다.

컨디션은 8할 이상으로 판단되며,

36km 이후 지구력과 근력부족이 있었습니다.

웨이트, 장거리 달리기와 인터벌로 보충해야겠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정신력이 흩어질때 마다 되뇌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조금 걷고 말았습니다.


잘 해야만 한 것이 아닙니다.
한 것이 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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