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막연히 번역이 하고 싶은데 정석 루트는 없다니까 막연히 이런저런 스터디와 강의를 들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전공을 살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우연히 들렀던 카페에서 막내집게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사하라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 속 역자 소개글에 직접 번역을 해 책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와서 '아, 이런 길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였다. 설마 제가 직접 원서를 계약해서 번역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좋아하는 영국 시트콤 <미란다>의 작가이자 배우인 미란다 하트의 원서를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1인출판을 시작했다. (이 '우여곡절'은 제가 쓴 책 <이것도 출판이라고>에 구구절절 적어놨는데, 궁금한 사람만 보기를.)
처음에 막연히 출판사에서 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직접 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고 머리가 약간 틔였던 때가 생각이 난다. 살다 보면 이렇게 생각의 전환이 한순간에 휘리릭 되어버리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 혼자 출판을 시작하면서 번역서 계약과 출판 과정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길래 출판을 해나가는 과정을 블로그에 소소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영미권 원서 계약 과정 : https://beingbeingbeing.tistory.com/267?category=533480
창고 견학 글 : https://beingbeingbeing.tistory.com/368
이때 기록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위클리매거진으로 연재를 시작해 <이것도 출판이라고>라는 책이 나왔다.
내가 만든 책이 당신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 https://brunch.co.kr/@brunch8m3s/46
몇 개월 전에 클래스 101에서 온라인상에 남긴 출판 글을 검색해 보고 직접 번역해서 출판하는 과정에 대한 클래스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내용을 강의로 만든다고 생각하니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나라마다 계약 조건도 과정도 다르고 책의 분야마다 또 다르고 각자가 가진 자원에 따라 또 달라지는 게 출판이다 보니 변수가 많기도 하다. 게다가 출판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선뜻 이 길을 택하라고 부추기는 강의를 하는 게 겁이 나기도 했다. 번역을 하거나 출판을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원서 계약해서 출판을 하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출판을 말리는 쪽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지만 '얼마나' 쉽지 않은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출판을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어렵고 힘드니까 하지 마라'라고 하기만 하고 대체 과정이 어떤지 자기들만 알고 알려주질 않아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뭐 엄청난 특급 비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클래스를 만들면서 내가 직접 했던 과정을 세세히 소개하고 듣는 사람이 출판사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미션으로 미리 해볼 수 있게 했다.
번역이 하고 싶은 사람 100명 중 1명이 직접 해외 원서를 계약해 직접 출판하는 길을 갈까 말까 하겠지만 그래도 그 한 분에게라도 오아시스 같은 클래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꼭 직접 출판을 택하지 않더라도 출판계에 몸담지 않고서도 출판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클래스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8년 동안(편집자 생활까지 합치면 11년) 이 안에서 구르면서 얻은 것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커리큘럼을 짰다.
참, 클래스 101에는 코칭권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1:1로 상담이나 질문 등을 할 수가 있어서 클래스메이트들의 질무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댓글 달릴 때마다 두근두근!
책덕과 함께 출판 탐험하실 분, 모이세요~!
https://class101.app/e/munzymin-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