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꾼들이 모여서 회사를 만든다?
'파도처럼 철썩대는 조직 만들기'
불현듯 머릿속을 채운 회사 만들기에 대한 상상. 조직이 싫어서 10년 전 독립해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자유일꾼이 되었다. 당연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싶은데 기존 조직처럼 일하고 싶진 않다. 대략 2년 전부터 그런 고민이 시작되었다.
회사를 만들고 "자, 여기는 이런 회사입니다. 월급 줄게요. 들어와서 일하세요!"라고 하는 방식보다는 "이 사람들이랑 뭔가 해보고 싶은데? 같이 대화하다 보면 재밌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에서 일이 만들어지고 그게 조직화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회사 만들기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당장 일주일에 한번씩은 만날 수 있고 그동안 나눈 대화를 통해 서로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고 생각되는 자유일꾼 세 명이 선명하게 보였다. 림주, 해나, 면 세 사람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얘기해두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조직을 만들려다 보니 머릿속 개념이 시시각각 틀에 갇히지 않고 흩어지고 뻗어지는 바람에 100% 정리해서 전달하기란 불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결국 '일단 모이고' 두 가지 가능성에 기대어 조직 만들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내가 머릿속 생각을 50% 이상 잘 설명해내는 것이고 두 번째 가능성은 나머지 세 사람이 각자의 경험과 상상력을 보태어 내 생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찰떡같이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군데군데가 채워지지 않은 큰 그림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 첫 모임에서 나누면 좋을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일단 내가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 만큼 '파도처럼 철썩이는'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된 연유를 일단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1. 관계는 위계가 아니라 파도다.
2. 적당한 거리감을 위해 항상 기억해야 할 삼단논법
3. 자유일꾼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기록과 공유
4. 근거보단 느낌이 앞서도 괜찮다. 일단 내 생각을 내뱉자. (쓸데없이 스스로 깎아내리는 말 금지)
5. 우리는 서로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리고 네 사람이 조직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근본적인 생각을 나누자. 조직 생활에서 싫었던 부분과 좋았던 부분, 그리고 이상적인 조직에 대해 바라는 것, 나에게 맞는 일의 방식 등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비슷한 것과 다른 것을 알아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자.
이 모임이 조직이 될 수도 그냥 자유일꾼의 협업 사례로 남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로의 성장에 분명 커다란 뿌리가 되어주리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