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리 Dec 10. 2015

30여 년 된 서점의 새로운 탄생, 대륙서점

 책덕, 책방에 가다

조금이라도 지역의 공간에서 <미란다처럼>을 독자와 만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동네 책방 입점하기 프로젝트. 대전 도어북스를 처음으로 오늘까지 18군데의 책방에 <미란다처럼>을 입점했다. 

그동안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서울에서 한강 아래쪽에는 책방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요즘 등장하는 동네 서점의 컨셉 자체가 젊은 층이 즐기는 편이고 그런 문화가 한강 위쪽  특정 동네(홍대, 서촌, 이태원 등)에 좀 더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리고 독립서점들은 주로 대학교 근방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를 찾아보니) 한강 아래쪽보다 위쪽에 대학교가 더 많다. (새삼 깨달은 사실;)

예전에 페이스북으로 사당동에 사는 분이 근처에서 책 구할 만한 곳을 물어보셨는데 알려드릴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직접 가져다 주고 싶은 마음...) 아무튼 드디어 한강 남쪽 진출이라는 소원을 성취할 기회가 왔으니! 

<미란다처럼>을 만날 수 있는 책방들



상도동(신대방삼거리)에 동네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호방한 기운이 가득한, 그 이름도 '대륙' 서점! 

알고보니 새롭게 생긴 책방이 아니었다. 원래 30여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대륙서점을 젊은 부부가 인수하여 간판을 그대로 달고 그야 말로 '대륙서점 시즌 2'를 시작한 것이었다. 간판은 동네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지만 내부 콘텐츠는 완전하 탈바꿈하였다. 같은 공간의 재탄생!


책방 앞에 있는 입간판과 여러 가지 소식지들에서 새로운 책방의 에너지 넘치는 추진력이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밖에서 짐작할 때보다 공간이 넓었다. 하얀 집 모양 프레임이 대륙서점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인테리어는 역시 동네에 있는 '청춘플랫폼'의 BLANK(블랭크)라는 곳에서 설계해주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설계 비용을 앞으로 3년 동안 한 달에 3~5권의 책을 받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북카페처럼 커피도 팔고 테이블도 공간이 여유있어서 책을 읽고 가기에도 매우 좋아보였다. 책방을 어떻게 꾸릴지 여러 가지로 공부하고 고민하고 신경썼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책방에 들어서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책들이 거의 다 앞면을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대형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나 앞면을 내보일 수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책방 주인장의 애정어린 코멘트도 곳곳에 붙어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만화 소개 푯말. 만화 원고 칸처럼 디자인한 것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책방지기는 편집 디자이너라서 직접 모든 디자인을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책방지기가 편애하는 책, 소품과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이곳에서 책방지기의 책들을 즐길 수 있다. 


책방에는 책방지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듯한 황경신 작가의 책이 많이 보인다.


카운터 바로 앞에는 대륙서점의 지난 모습과 새롭게 바뀌는 대륙서점의 모습이 붙어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던 서점의 모습과 새롭게 단장하는 서점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대륙서점만의 매력이 진하게 느껴졌다.



아직 두 달밖에 안 된 서점인 만큼 고민도 많아 보였는데 특히 서점이 취급하는 책의 종류가 달라지다 보니 아직 학습지를 찾는 손님들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참고서는 종류도 많고 거래하는 방식도 달라서 취급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참고서를 파는 게 이익이 좀 더 나겠지만 그런 방향은 대륙서점을 새롭게 시작할 때 원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모습 그대로 잘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대륙서점이 있는 동네 주변은 성대시장이 있고 마을버스가 다니는 주택가여서 아무래도 책방을 꾸준히 찾아줄 손님이 많지는 않은 곳이다. 자리를 잡으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대륙서점만의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서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여 년 동안 대륙서점이 그 자리를 지켜왔듯이 새로운 대륙서점도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으면 하며 책방을 나섰다.



책방에서 산 책

책방에 가면 천천히 둘러보면서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책들이 있으면 집어오곤 한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갑을 뒤져보니 딱! 만사천원이 들어있다. 지갑을 탈탈 털어서 책을 카운터로 가져갔다. 

"대륙서점 도장 찍어 드릴까요?"

책방지기가 물어온다. 오, 대륙서점에서 샀다고 기억할 수 있겠다 싶어서 냉큼 찍어달라고 했다. 도장을 찍고 그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주는 손길에서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대륙서점의 도장 역시 책방지기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도장이 참 잘 찍히던데 어디서 만드셨을까 급궁금해졌다.) 

대륙서점의 도장을 보면서 서점에서 책을 살 때의 순간을 되새길 수 있는 장치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기분으로 그 책을 샀는지 적는다든가. ^ ^



성대골 대륙서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rbooks/

매거진의 이전글 무한한 명랑 에너지, 책방 슬기로운 낙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