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티로 팟캐스트 제작하기

이런 저런 난관이 있었던 첫 번재 팟캐스트 녹음 뒷이야기

by 책덕

이번에 녹음을 하기 전에 다른 스터디 카페에서 시험삼아 녹음을 해보기도 했었는데,

그 스터디룸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다른 장소를 물색하게 되었다.

치명적인 단점 : 스터디룸이 옆방과 연결되어 있어서 방음이 안 됨. (+ 창문을 열면 고깃집 냄새가 올라옴)


이번에는 토즈에서 방음이 되는 스터디룸에서 녹음을 해보기로 했다. 그레이스는 합주할 때 사용하던 야마하 녹음기도 가져왔다. 세밀한 기획을 한 건 아니라서 대충 근황 토크와 '내마음속 스트라이킹'이라는 코너 하나만 짜놓고 모였다. 일단 해보고 이상한 건 차차 고쳐나가기로.


DSCF9808.JPG 단촐한 녹음 현장. 내마음속 스트라이킹 주인공 『사하라 이야기』도 보인다
DSCF9810.JPG 그레이스가 챙겨온 녹음기


대본도 거의 안 만들고 즉흥적으로 녹음을 시작했더니 몇 번씩 다시 녹음하고... 중간에 한번은 녹음한 게 통째로 날아가서 다시 한 것도 있다. (다시 하면서 조금 매끄러워지긴 했는데, 조금만 길게 녹음하면 꺼지는 팟티 앱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DSCF9811.JPG

코작가가 말할 때마다 만지작거렸던 다이어리 가름끈.

(다들 신경쓰여서 계속 만지면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음.)


DSCF9816.JPG '인용구 수집가'라고 내 마음대로 별명을 붙여버린 코작가의 다이어리


코작가가 다이어리에 써두었던 모파상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문구를 첫 녹음의 도입부에서 읽었다.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닌가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대체불가능한 저마다의 특성, 그것이 1등이 존재하지 않는 예술의 세계가 추구해야 할 가치 아닐까.


DSCF9817.JPG 그레이스의 즉석 연주 타임


음악도 하나도 준비해오지 않았는데, 즉석에서 그레이스가 스마트폰에 있던 음악을 인트로로 깔았다.


근황 토크

그레이스는 최근에 봤던 뮤지컬 <레베카>에 대해 들려줬다. 뮤지컬 배우 신영숙 씨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뒤늦게 찾아보니 현장에서 들으면 정말 온몸이 흔들릴 정도가 아닐까 생각됐다. 내가 서평을 쓰고 있다고 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얼마 전에 서평을 다 써서 올렸다. 코작가는 영화 <일 포스티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예술가와 우체부의 특별한 우정에 대해 전해주었는데, 림쥬가 반 고흐에게 비슷한 일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본 그림.


472px-Portrait_of_the_Postman_Joseph_Roulin_(1888)_van_Gogh_DIA.jpg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림쥬는 그림책 읽기 모임에 다녀와서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고 추천 받은 그림책을 두 권 샀는데 놓고 와서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소개해 주기로 했다. (팟캐스트에서 못 하면 브런치에 올리는 걸로...!)



그리고 대망의 '내마음속 스트라이크' 코너! '예술 방면 활동가들'의 유일한 코너인데, 각자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나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다. 첫 번째 주자는 나(민트리)였는데 대본을 준비 안 해왔더니 횡설수설 난리가 났다.


나름 독립된 코너니까 인트로를 만들기로 했다. 코작가가 화음을 넣어서 라이브로 불러보자는 제안을 했다. 즉석에서 화음을 만드는 그레이스와 림쥬. 코작가와 내가 메인 멜로디를 하고 그레이스와 림쥬가 화음을 넣었다.


우리의 유일한 코너죠. 내 마음 속,

스~트~라~이~크~


국내 최초 아니야? 라이브로 코너 이름 부르기? 음악하는 두 사람 덕분에 내가 이렇게 멋진 화음을 내다니, 스트라이크 부를 때마다 짜릿하다.


'일단은' 12화까지를 목표로 시작한 팟캐스트, 어설프지만 즐거웠던 pilot이 완성되었다.


* 이 글은 민트리만의 생각이므로 '예술 방면 활동가들'를 대변하지 않는답니다. 우린 생각이 다 다르니까요!


내 마음 속 스트라이크

싼마오 작가 사하라 이야기』


untitled081015-6.bmp 사하라 이야기 | 싼마오 지음 | 조은 옮김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사하라 이야기』는 내가 혼자서 번역-출판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을 머릿속에 심게 된 계기가 된 책이다. 그런 개인적인 사연을 제하더라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라 더 애틋하다.

처음 해보는 팟캐스트를 대본 없이 하느라 너무 횡설수설했는데, 싼마오나 요네하라 마리 같은 사람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국가적 정체성이나 민족적 정체성이 경계에 있기 때문이고, 그런 경계에 있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를 편견 없이 관찰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00해', '일본 사람은 00해', '러시아 사람은 00하지' '서사하라 사람들은 00해' 식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단정적인 말이 아니라, 그렇게 형성된 문화 뒤에 숨은 역사와 상대적인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사하라 이야기』에 인상적인 구절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다가 교도소에 갇힌 범법자들에게 응원을 받은 후에 쓴 말이다.


울타리 안에 갇힌 사람들이 울타리 밖의 사람들보다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정말 나쁜 사람은 마치 전설 속의 용처럼 마음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숨었다 나타났다 하기에 붙잡을 수도 없고 가둬 둘 수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싼마오는 왜 사하라 사막에 가서 저리 사서 고생을 할까? 방랑벽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군.'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체계도 없고 교양도 없는 사람들과 지내며 저렇게 명랑하다니.'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으면서 싼마오의 인생이 왜 서사하라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국가'라든가 '법'이 이미 체계적으로 완성된 나라는 온갖 국가적 폭력을 휘두르고 불공평한 사회환경이 원인이 되어 불거진 이슈들이 TV와 언론을 달구는 동안 '진짜 나쁜놈들'은 돈과 권력의 장막 뒤에 숨어 호의호식하고 있다.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나쁜놈들은 오히려 큰 벌을 받지도 않는 이상한 '문명 사회'에서 탈출해 '조금씩 나쁜 사람들'이 부딪히며 사는 곳으로 삶의 거주지를 옮긴 싼마오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나는 겁쟁이라서 이런 사회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서사하라 같은 경우, 싼마오가 신혼생활을 할 때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그후에는 실질적으로 모로코의 관리 아래에 있다. 서사하라를 독립된 나라로 인정하는 국가는 전세계에 70여개뿐. 그러고 보면 내가 '서양'이라는 말을 할 때 얼마나 많은 나라를 지우고 있는지에 대해 급하게 반성하게 된다.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6배 큰 대륙이고 수천의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1,000종의 공인된 언어를 말하며 50개가 넘는 나라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 대륙'과 '토속적인 문화'로서만 뭉뚱그려 인식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유럽이 단순하고 편하게 기록한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사하라 이야기』를 읽다가 궁금해서 서사하라쪽 사진을 검색해보니 서사하라나 모로코쪽 사람들은 피부색이 검지도 않다.


『사하라 이야기』를 읽으며 생긴 서사하라에 대한 호기심이 아프리카 대륙에 가닿았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는 서구(유럽) 중심의 시각을 벗고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작으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 (루츠 판 다이크 지음 / 안인희 옮김)


전체 현실을 -역사적 현실도- 깨닫는 것은 언제나 개인적인 해방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남쪽이나 북쪽 모두에서 그렇다.

-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15쪽


자신이 속한 안전지대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어디선가 전달받은 이미지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순간, 스스로를 옭아메는 인생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든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artorsomething@daum.net

예술 방면 활동가들

팟캐스트 | 팟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예술 방면 활동가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