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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세상, 스마트하지 않은 고민

by 김선태 Mar 05. 2025

뛰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지각했거나. 약속에 늦었거나. 배가 아프거나. 등등의 이유로 열심히 뛴다. 역시 서울 사람들은 대단하다. 방금 빛의 속도로 나를 지나쳐 뛰어간 사람들을 뒤쫓아 달려와 지하철에 탑승하니 바로 떠난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다. 앱이 있기에 가능한가 보다. 우리 집에는 이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2012년 3월까진 없었다. 


서울 출장을 다녀온 밤, 하은이 방에서 배를 깔고 책을 보고 있는데 하은이가 기름종이로 지 얼굴을 문지르며, 아빠! 난 지금까지 슬픈 적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과거고 한 번은 현재야., 라 말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해서 개콘 버전으로, 꼬래? 뭔데?, 하고 물었다. 내 짧은 물음에 하은이가 길게 대답하는데, 과거에 슬펐던 건 옛날에 선생님이 핸펀번호 알려줄 때 아이들은 핸드폰에 번호 입력하고 난 종이에 받아 적을 때고 현재는 아이들이 나한테 니 핸드폰 뭐야? 하고 물으면 내가 꽁폰이야 하고 대답할 때야. 아빠! 나 곧 약정 기간 끝나요., 라 말했다. 하은이의 과거에 슬픈 이유를 들을 땐 가슴이 찡 했다. 근데 현재 슬픈 이유를 듣고는 내 딸답다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사주자니 산만한 하은이가 더 산만해질 것 같고, 안 사주자니 또 슬퍼할 것 같고..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요즘엔 대한민국에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폰으로 업무도 하고 책도 읽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상통화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스마트한 그 어떤 기기도 없었기에 솔찬히 두꺼운 책을 오프라인에서 읽었다. 물론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가끔 손목이 아플 때도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옆에서 딴짓하던 아내에게 무심코, 여보! 그래서 e-북이 좋은가 봐., 라 한마디를 했다. 아내는 깜짝 놀라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북한?, 이라 답했다. 역시 오프라인 세상이든 온라인 세상이든 맥락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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