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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인슈타인이 아니다.

by 김선태 Mar 06. 2025

  오래전 어느 밤, 야근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에 관한 포스트. 주요 내용을 옮겨 놓은 그 글을 찾아보니 링크가 사라져 있다. 다행히 메모한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1919년 자신의 친척인 엘사 아인슈타인(Elsa Einstein)을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인 그 사람, 아인슈타인! 방문객들을 철저히 차단하여 남편이 연구를 계속하도록 도왔고, 단 한 번도 잡다한 집안 일로 남편을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의 서재를 진한 풀빛으로 칠하고 안방은 연한 노란빛으로 꾸며 안정감을 갖도록 해주었으며, 종종 남편을 위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해 주기도 했다고. 또한 그녀는 남편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종이일지라도 절대 손대지 않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어제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생각나는데, 여보. 오늘 재활용 버리는 날인 거 알지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아닐 뿐이며 아내와 재활용을 버린 후 아내의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 바람 쐬는 게 더 좋다.


  한편, 디퍼런트 책에서 한 분야의 대가들은 당시 사람들이 모두 진리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 미신이었음을 선언한 아웃사이더였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진정한 아웃사이더이었듯이 아인슈타인은 아웃사이더였음이 분명하다. 

  가끔 나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짓을 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도 아웃사이더가 아닌지 살짝 의심되기도 한다.  대학시절에 탈춤을 출 때 얼굴에 쓰는 탈을 쓰고 기숙사에 밥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다. 벌건 대낮에 점심을 먹으러 그렇게 움직였다.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은 나를 가리키며 목젖이 보이게 웃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런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냐?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또 한 사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찾아간 것인데, 이것이 일반적인 방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집에서 가스버너와 냄비, 채반, 물을 챙겨 동네 슈퍼에 들렸다. 그리고 익숙한 순서로 냉동만두를 샀다. 나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불러내어 잔디밭에서 만두를 쪄서 먹으라 했다. 친구들은 어이없다 했지만 맛나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예비군 훈련을 받을 때 일화다. 훈련을 위해 입소를 하고 연병장에 모여 줄지어 서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나는 맨 앞줄에 서게 되었다. 정확한 계급은 생각나지 않으나 아마도 대령쯤으로 생각된 대빵이 나의 오른쪽 끝에서부터 악수를 하고 오는 것이 아닌가. 대령은 뭐라 말했고 맨 앞줄 사람들은 근무하던 부대나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있는 일이라 나는 적잖이 긴장을 했고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대령은 나에게, 자네는 어디서 왔나?, 하고 물었다. 긴장했던 나는, 나운동서 왔는디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강원도 철원 6사단에서 근무했기에 6사단이라고 대답했어야 했다. 나운동은 내가 살던 신혼집 동네였다. 내가 대답하는 순간 내 주변은 초토화가 되었고 살벌했던 점호는 유쾌하게 끝났다. 그날 저녁에 내무반에서 동료들과 서로도와 잠자리를 준비할 때였다. 우린 낮동안 친해져서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내 모포 끝을 잡고 잠자리를 함께 준비하던 동생이 속삭이듯이 내 귀에다 대고, 형님! 아침에 어떤 미친놈이 어디서 왔냐고 물응게, 나운동서 왔다고 허드만요. 나 원 참, 했다. 나는 겸연쩍게 씩 웃으며, 그게 나여, 했다. 이쯤 되면 나도 아웃사이더 기질이 조금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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