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철수엄마

by 김선태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내가 차에 타기 직전에 가볍게 포옹을 하며, 잘 댕겨와. 여보, 하고 말했다. 아내는 짧게 응이라 말하고 출발했다. 나는 궁둥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걷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운동을 생략하고 동네 뚜레쥬르 빵집 카페로 향했다. 집 근처에 딸과 아들이 졸업한 만년초, 만년중, 만년고가 있어 우산을 하나씩 손에 든 아이들이 길에 넘실댔다. 우연히 신호등에 나란히 서게 된 한 아이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신호등 건너편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 나와 아이는 동시에 오른발을 성큼 내디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아이 옆에는 아이엄마가 신발주머니를 들고 함께 걷고 있었다. 저학년이니 함께 등교하는 모양이다 싶었다. 너무 나란히 걸었나? 아이와 엄마가 대화하는 소리를 본의 아니게 도청하게 되었다.


"우리 철수, 왜 이렇게 빨리 걸어."

"아닌데......."


아이는 학교 가기가 무지무지 싫은 목소리였다. 땅만 보며 걸었다.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눈곱을 떼지 않았는지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는 눈으로 터벅터벅 걷는 초딩 1(?). 드디어 도착한 만년초 정문. 엄마는 아이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아이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우리 철수, 오늘도 다치지 말고."

"응. (엄마도)"

"우리 철수, 오늘도 행복하게."

"응. (엄마도)"


작별인사를 하는 동네 이름 모를 모자의 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문득, 그래. 세상 모든 엄마는 저 엄마의 마음일 거야. 세상 모든 아이 마음도 저 꼬맹이 마음이겠지, 싶었다. 짧은 찰나였지만 가슴 한편에 뭉클함이 올랐다.


나는 일상에 있는 행복한 작별을 뒤로하고 초등학교 옆에 있는 뚜레쥬르 카페로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능숙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제조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동문이 열리는가 싶었는데 철수 엄마가 들어왔다. 아마도 이곳에서 조찬 모임이 있나 보다. 아직 2층에 도착하지 않은 걸 보면 여즉 빵을 고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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