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명상

by 김선태

방귀를 뀌는 사람은 방귀를 뀔만하니 뀐다. 방귀를 뀌어도 무관하다는 판단으로 속 편하게 뀐다. 부부지간에도 방귀를 트는 순간이 있고 시아버지도 어느 순간 방심하며 며느리 앞에서 묵은 방귀를 방사한다.


지금부터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열정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타인의 모든 행위를 방귀라 정의한다. 방귀를 뀌는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방귀 냄새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방귀를 방사한 사람을 바라본다. 처음엔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무시한다.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연신 뿜어 댈 때 터진다. 방귀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에게 공연히 억울함이 생긴다. 억울함은 분노로 치닫는다. 그래서 시가 아닌 시를 지었다.


방귀 뀌는 놈


방귀를 뀌는 놈은

모른다 누가 누가

힘들어하는지

에라이


방귀를 뀌는 놈은

모른다 누가 누가

역겨워하는지

에라이


육두문자 겁나게

하고 싶은 밤

그냥 딱 한마디만 더

에라이


이렇게 끄적이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편치 않은 마음속에서 또 이렇게 마음을 하얀 종이에 옮겼다. 가슴 한편이 아리지 않고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데 어찌 가슴은 찌릿하는가! 분명코 미안함은 아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를 마음에서 밀어내기가 녹녹지 않다. 어찌한단 말인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 아침이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싱크대를 청소했다. 문득 방귀 뀌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던 나의 억울함과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안치환 가수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 지나가겠지. 그렇게 체념하듯 노래에 맞춰 궁둥이를 흔들며 청소를 하던 중. 그래. 방귀를 뀔만하니까 뀌는 거겠지. 그 환경이 문제네. 문제여......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고 커다란 벽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방귀를 뀌는 사람도 문제지만 방귀를 뀔만하게 만드는 환경이 더 큰 문제이지 않을까. 그 환경은 내가 어찌할 수 없거니와 소위 말하는 땡땡라인의 힘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빌어먹을 세상. 그렇게 심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줄다리기가 생각났다.


우리는 줄다리기를 할 때 덩치가 크고 힘 좋은 사람을 앞에 배치한다. 이 사람들은 사명감을 갖는다. 죽기 살기를 다해 마지막까지 버티며 당긴다.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줄다리기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마동석을 끌어다 맨 앞에 놓아서 생기는 문제다. 줄을 당길 의지가 없으니 줄만 잡고 소위 말하는 '가짜노동'을 한다. 그러면서 방귀를 뀌어댄다. 줄을 세차게 당기는 사람들이 진동하는 냄새 때문에 힘들고 맥이 빠진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주장은 마동석을 빼지 않는다. 그러니 방귀 냄새는 더욱 역해지고 줄을 당기는 사람들은 의지를 놓는다.

나는 생각했다. 나도 방귀를 뀌자. 이제 나도 줄을 당기는 척만 하고 열심히 줄을 당기지 말자, 소심한 다짐도 했었다. 그런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뒤에서 줄을 열심히 당기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래, 내가 당기는 척만 하면 내 뒤에 친구들이 힘들겠구나. 내가 왜 방귀를 사정없이 방사하는 그를 닮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마음 저 한편에서 솟아났다.


청소를 마치고 양산을 쓰고 출근하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방귀 뀌는 놈은 뀔만하니까 뀌는 것 같어. 나도 방귀를 뀌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어. 내 얘기를 경청하던 아내가, 역시, 우리 남편이라며 나를 추켜세웠다. 아내 응원에 흥이난 나는 줄다리기 마동석 명상을 이어서 이야기했다. 여보, 나도 앞으로는 줄을 당기는 척만 할라 했는디, 그냥 열심히 당겨야것어. 내가 안 당기면 친구들이 힘들것어. 어쩌것어. 이번에도 아내는 격하게 동감하며, 역시 우리 남편이야, 했다.


좌우당간, 방귀와 환경, 줄다리기와 가짜노동, 그리고 친구에 대한 의리.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또 한 번 성장시킨다. 그래. 내가 방귀 뀌는 너를 위해 살겠냐. 함께 열심히 줄을 당기는 내 친구들을 위해 살지 싶다. 비가 오던 캠퍼스에 따가운 태양이 쏟아진다. 멀리 휘날리는 깃발들을 보니 바람은 살아있는 듯 보이는 퇴근 무렵이다. 아무리 바빠도 오늘은 한 잔 해야겠다. 이렇게 흐뭇하게 끝나는 명상이 있는 날은 떠들어야 제 맛이다. 요 며칠, 나의 성토를 들어준 친구들에게 번개나 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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