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은 나쁜 날이 아니다

by 김선태

지난 주말엔 아내와 함께 처갓집에 가서 도배를 하고 왔다. 대전에서 출발하는 아침이었다. 아내가 운전석에 앉으며 부드럽게 시동버튼을 꾹 누른다. 검은색 둥근 버튼을 손가락으로 찌르니 차가 응답한다.


- 오늘 날씨는 흐리고 대기질이 좋은 날이에요.


그 순간이었다. 흐린 날이라는 것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아니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만약에 흐린 날이 나쁜 날이면, ‘오늘 날씨는 흐리지만 대기질은 좋은 날이라 응답했겠지 싶었다. 그러고 보면 흐린 날은 사색하기 좋고 운동하기 좋고 그러다가 비라도 내리면 친구랑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기 딱 좋은 날이다.


다음 날 아침엔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서 동네에 있는 현대옥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나는 다시 각시 자동차에 올라탔다. 각시는 시동을 켰고 각시 자동차가 대답하길,


- 오늘 날씨는 맑고 대기질이 좋은 날이에요.


그 순간이었다. 매일 날씨가 좋고 대기질이 좋으면 사막이 되겠지 싶었다. 때론 비도 내리고 먹구름도 끼었다가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있기도 해야 한다. 바람도 불고 안개도 끼고 태풍도 불어야 대추가 붉어지지 않겠는가. 내 인생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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