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와 장수 사이에서

by 김선태

친구 딸이 나에게 추천해 준 책.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나는 이 책을 사서 아들에게 읽어보라 했었다. 드디어 아들은 독서를 마치고 나에게 책을 넘겼다. 내 손에 책을 건네며 아들이 말했다. 아빠, 마지막 결론이 저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예쁘고 똑 부러진 친구딸이 극찬하고 아들을 충격에 빠트린 책에 당분간 빠져서 지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그랬다. 요 며칠 동안 넷플릭스로 오래전 드라마 '녹두꽃'을 봤다. 총 24화로 구성된 드라마를 야금야금 보다 보니 어느새 드라마에 중독이 되어있었다. 책 읽기에 소홀했고 늦게 잠드는 날이 여러 날이었다. 드라마를 보며 건진 가슴속 대사 하나를 소개하자면,

- (녹두장군 왈) 병사는 적과만 싸우면 되지만 장수는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병사는 피 흘리며 죽고, 장수는 피 말라 죽는다. 그리 죽으면 되는 것이다.

어찌나 가슴을 파고드는 대사였던지 나는 드라마를 멈추고 이런 생각을 했다.

- 음. 병사는 적과만 싸우면 되고, 장수는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니... 나는 자신과도 싸우는 장수인가? 아니면 병사인가? 병사도 자신과 싸우지 않나? 함께 죽창을 들고 싸우던 전우가 죽으면 무섭고 고향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 탈영을 할까 말까 자신과 싸우지 않나? 적과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과 싸우는 게 더 고통스럽겠구나.

좌우당간 오늘은 여유 있는 날이다. 아이들도 집에 없고 각시도 집에 없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있는 주말이다. 엊그제는 고독을 즐기다 외로움에 패했는데, 오늘은 잘 놀면서 고독을 즐겨야겠다. 동네 카페에서 밀린 일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어서 끝내고 나의 영원한 놀이터인 대덕대교 밑에 가서 기타를 두들기고 노래하며 펑펑 놀아야겠다. 그리고 저녁엔 친구 녀석과 예쁜 친구딸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대패삼겹살을 먹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옷 같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