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렇게 결정할지, 저렇게 결정할지, 고민거리 아닌 고민거리가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후배가
대신 결정 해주며, 형님, 그래야 '신간'이 편해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문득, 호기심이 용솟음쳐서 후배에게, 신간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하고 물었다. 눈을 끔뻑거리는 후배에게, 그나저나 신간의 뜻은 알아? 하고 재차 물었다. 이번에는 후배가 두 눈에 힘을 주고 미간을 좁히며, 혹시, 신은 몸 신이고 근데 간은 뭐지? 라고 했다. 나는 혼잣말 비슷한 후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혹시 말이야. 신은 신장이고 간은 간 아닐까? 속이 편하고 몸이 편하다. 뭐. 그런 뜻 아닐까? 라고 말했다. 우린 그렇게 호기심 덩어리를 갖고서 웃으며 헤어졌다.
며칠이 지난 오늘, 그 신간을 찾아봤다. 결론은 신간이 편하다는 틀린 표현이다. 심간(心肝)이 편하다고 해야 한다. 여기서 '심간'이란 심장과 간을 의미하고 깊은 마음속 또한 의미한다.
요즘 심간이 불편한 건 왜일까? 회사에선 월급도 밀리지 않고 잘 주고 아내는 늘 사근사근 웃으며 대해주는데…. 원인을 굳이 찾자면 딸아이 때문인 듯싶다. 고등학생이 된 하은이가 이른 아침에 나가, 새벽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너무너무 좋은 나라인 것 같다. 아이들을 온종일 책상에서 보호하는 우리나라는 참 좋은나라다. 어른이 된 선태는 대한민국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심난하다. 불편한 교육 천국을 만들고 있는 동조자가 된 듯해서 심난하다. 심난하니 심간이 편치 못하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