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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 봄비가 내린다. 때마침 차에 기름도 없고 운동도 할 겸 해서 걸어 출근했다.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멀스멀 흘러가는 구름도 보면서, 겨우내 얼었던 촉촉한 대지도 밟아보고, 느긋하게 이동하는 철새도 걱정하며 걸었다. 어느 이름 모를 노인을 스쳐 지나쳤다. 늘 그렇지만 습관처럼 망상이 시작되었다.
늙음
나도 늙겠지
저리 걷겠지
늙는다는 것
되돌릴 수 없고
돌아갈 수 없고
혼자 남는다는 것
고맙고 사랑스러운 각시가
오래도록 함께 살아야 하고
그리운 벗이
늘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
나도 늙겠지
피할 수 없는데
즐길 수 없는
늙음
나도 늙겠지
잔잔한 아침이었다. 모처럼의 한 걸음이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게 했다. 가끔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