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는 밥 먹을 생각이 없다고 하고 동민이는 뱃속이 더부룩하다고 해서 아내와 단둘이 대패삼겹살을 먹으러 왔다. 나는 능숙한 솜씨로 콩나물무침과 김치를 불판 아랫부분에 깔고 고기와 양파 올렸다. 나의 의식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마늘이 담긴 종지를 들어 한쪽 구석에 쏟는다. 내가 좋아하는 생마늘보다 구운 마늘을 좋아하는 아내가 늘 챙기는 의식이다. 대패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갈 때쯤이었다.
함께 탁구 운동을 하는 형님 중에 산으로 출장 다니는 분이 있다. 출장지가 산이라서 항상 건강해지시는 출장이라 생각한 나는 형님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다. 내 이야기가 그다지 재미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내가 씩 웃으며 고기 집게를 집었다가 제자리에 놓는다. 결국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말에 집중하던 아내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 여보. 출장하면 송해야. 송해! 나이 먹었어도 집 자주 비워 주지! 특산물 갖다 주지!
- 으하하…. 그려!
나는 목을 젖히고 한참을 웃었다. 아내도 덩달아 씩 웃으며 한 마디를 더 보탰다.
- 여보,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야. 몰랐어요? 근데. 여보, 웃음소리가 너무 커요.
- 응.
이 글을 쓴 지 십 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직장을 옮겨서 송해 선생과 같이 집을 자주 비워주고 있다. 다만 특산물은 공수하지 못하고 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출장지 특산물을 아내에게 택배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좌우당간, 대한민국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송해 님은 하늘나라에 가셨다. 거기에서 천국노래자랑 사회를 보시며 행복하게 잘 사시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