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by 김선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줄여서 '그알'이라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진행자 김상중 배우는 유행어 하나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젯밤엔 정치인과 관련된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나갔다. 역시 흥미진진했다. 여러 외압과 협박이 있을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는데 솔찬히 용감한 프로그램이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화장실에서 다급하게 부른다. "여보! 이리 와봐요. 염색해 줄게." 난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리 와서 해주면 안 될까?" 아내는 '그알'에 빠져있는 나를 배려했다. 염색약 섞은 그릇과 붓을 들고 아내가 나에게 다가왔다. "안경 벗어요. 이따 머리도 감아야 하니깐 위에 옷도 벗고..." 난 아내의 명을 토하나 달지 않고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렇게 염색약 바르고 아내가 대기하라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그알'도 끝났다. "여보! 이제 머리 감아요." 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다. 염색약을 바른 머리통이 우스꽝스러웠다. 난 가진 통폼을 잡고 '그알'의 유행어를 연신 내뱉기 시작했다. 김상중 배우의 억양과 말의 속도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참을 연습하고 연습하는데 아내가 화장실 앞으로 왔다. 염색이 잘 되었는지 살피러 온 모양이었다. 난 아내의 방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연습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추 김상중 배우가 나의 몸에 빙의할 때, 바로 그때였다. 신랑이 거울 앞에서 '그런데 말입니다'를 반복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아내가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내가 웃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했다.

"여보. '근데'가 아니고 '그런데' 말입니다 야. 근데는 먹는 거고!"

"헐......."

어쩐지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해도 뭔가 2프로 부족했다. 드디어 그걸 알게 되었다. 멋진 김상중 배우가 만들어 낸 유행어는 '그런데 말입니다'였을 뿐이고 내가 연습한 맨트는 '근데 말입니다'였다. 역시 사투리는 내 삶 저 밑까지 장악하고 있었고 그걸 깨우쳐 주는 사람은 아내다.


일요일 오전이다. 책이나 볼까 해서 종이컵 하나와 코코아 스틱 하나를 집에서 챙겨 와 도서관에 앉았다. 홀짝홀짝 마시는 코코아가 참 맛있다. 여기서 친구들에게 퀴즈나 하나 내 볼까 한다.

"근데 말입니다. 첫눈다운 첫눈은 은제 내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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