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 중 배가 고팠다. 식사 때도 됐고 해서 무얼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라면 먹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이번엔 나도 도시 스타일로 점심을 먹어보자 결정했다. 눈에 띈 롯데리아에 성큼성큼 들어갔다. 들어와서 줄에 서긴 했는데 문제는 주문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긴 줄 끝에서 만난 예쁜 점원 아가씨는 나에게 상냥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 뭘 드릴까요?
나는 아가씨 뒤편에 걸린 복잡한 메뉴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결정을 못 했다. 그리고 채근하듯 물어보는 아가씨 질문에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
- 저기요. 점심 특선은 없어요?
아가씨는 말없이 나에게 종이를 들이밀었다.
이 글을 쓴 지 9년이 흘렀다. 지금이야 키오스크에서 터치 몇 번으로 주문을 할 수 있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다. 좌우당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햄버거집에도 점심 특선이 있으면 좋지 않겠나 싶다. 이 글을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각시는 점심 특선 없냐고 묻는 말에 목젖이 보이도록 고개를 젖히고 웃으며 역시 내 신랑 답다고 했다. 나에게 종이를 들이밀었던 그 아가씨는 이제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 그때 내 질문에 점심 특선이 없다고 했으면 됐을 텐데…. 그리고 알아서 기본으로 시켜줬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왜 그랬냐고 묻고 싶다. 내가 진상 손님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