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 배 위에 올라탄 아들

by 김선태

오늘의 소중한 기억은 아주 길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중딩3 동민에게 장난을 걸고 안방으로 도망을 왔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동민이가 방으로 진격해 왔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친 아들 녀석은 더욱 여유 있는 반격을 시작했다. 침대로 불쑥 밀고 들어온 동민이가 나의 배 위에 올라탔다. 난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훌쩍 커버린 동민이는 키만큼 힘도 세졌기에 당연한 이치였다.

맥주 한 잔에 뽈록하게 올라온 배였다. 동민이가 올라타니 숨쉬기가 아주 거북했다. 동민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용을 쓰며, 동민아! 좌우당간에 내려와 봐,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배 위에서 나름 힘을 쓰던 동민이가, 좌우당간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 난 안간힘을 쓰며 동민이가 이해하기 쉬운 동의어를 생각해 보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좌우지간에...... 암튼 지간에...... 그건 그렇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중 동민이가 뜬금없이 나의 말을 막았다.


- 아빠! 가만히 있어봐.

- 왜?

- 아빠가 머리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한참 후 상상을 마친 동민이가 실 실 웃으며 이야기했다.


- 저팔계 닮았네!

- 헐.


동공이 커진 날 바라보며 동민이가 말을 이어갔다.


- 아빤 손오공이 좋아? 저팔계가 좋아?

- 손오공이지.

- 왜?

-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다닐 수 있잖아!


동민이는 아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잠깐의 침묵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다시 나에게 물었다.


- 아빤 왜 동족을 싫어해?

- 헐.


좌우당간에 누군가가 나에게 행복이 뭐냐 묻는다면 마흔여섯 인 난 이렇게 대답할까 한다.


- 내 배 위에 올라탄 아들 녀석과 요로코롬 장난치는 게 행복 아니것어요?


내 배 위에 올라탔던 동민이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다. 아이가 금세 크듯 시간이 훌쩍 간다. 순간순간 행복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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