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회전이 빨라진 곰

by 김선태

세수를 한 아내가 곁에 와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 등을 툭 치며 당황스러운 맨트를 날린다. "각시가 머리에 7만 원이나 썼는데 몰라보고 말이야..." 갑자기 머리에 쥐가 나는 듯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순간 어디서 그런 재치 있는 맨트가 나왔는지 나도 감탄할 노릇이다. 난 나도 모르게 확대된 동공을 축소하며 미소 실린 멘트를 날렸다. "허허.. 8만 원 썼으면 알아봤을 텐디.. 아쉽고만!" 채근하듯 날 뚫어져라 바라보던 아내의 눈빛이 웃는다. 미소 실린 입꼬리가 나에게 화답한다. "긍게, 만원만 더 쓸걸 그랬나!" 위기를 모면한 나는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아내가 싱크대 앞에서 부른다. 달려가보니 얼어서 찰싹 붙어있는 손질된 오징어들을 이별시켜 달란다. 난 상남자!!! 가볍게 힘을 주어 꽁꽁 붙어있는 고놈들을 떼어냈다. 오늘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머리 회전이 빠른 토끼 같은 각시와 사니 곰이던 나도 머리 회전이 제법 빨라진다. 오늘도 무지 더울 거라는 우울한 예측과 함께 집단지성 프로그래밍 책을 읽고 있다. 더운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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