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단단히 화가 난 아내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성토를 시작했다. 어찌어찌 하니 어찌어찌하고 그래서 요로코롬 생각해 보고 저러코롬 생각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모양이다.
"여보! 이건 아니지 않아?"
동민이가 아내의 재가 없이 사고를 낸 것이다. 난 재빠르게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아내 편에 서서 아들의 뒷담화를 사정없이 했다.
"이놈의 쒜끼... 그건 아니쥐..."
며칠 지난 요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집안 구석구석 평온한 공기가 한가득이다. 어제저녁에는 퇴근 후, 동네 탁구장에 갔다. 한참 땀을 흘리고 잠시 앉아 헐떡거리고 있었다.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대뜸 물었다.
"아들은 학교 잘 다녀요? 힘들다 안 해요?"
"네. 잘 다니고 있어요. 이런저런 일도 있었는데... 제가 아들을 보고 많이 배워요."
"뭘요?"
"여자에겐 허락받기보단 용서받기가 더 쉽다. 일단 저지르고 용서를 받아야겠다 싶더라구요."
"호호호"
아줌마는 나의 멘트에 목젖을 보이며 시원하게 껄껄 웃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정색한 아줌마는 심오한 진리를 설파하기 시작하셨다. 참고로 탁구 하수인 아줌마는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내가 고수라는 얘기다. ㅋㅋ
"선생님은 안될걸요. 아들은 직접 낳았으니깐 용서가 되는 거예요."
"아! 남편은 딴 사람이 낳았으니 용서가 안된다는 얘기시나요?"
"그렇지요. 호호호"
새로운 진리다. 요약하면 이렇다. 여자에겐 허락보다 용서받는 게 쉽다. 특히, 아들의 경우는 그 확률이 솔찬히 높다. 다만, 남편은 예외다.
이 글을 쓴지 8년이 흘렀다. 아들은 지금도 허락받기보다는 용서받기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나는 허락을 받기도 전에 눈치를 살살 살핀다. 가정의 평화는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8년 전 나에게 심오한 진리를 설파한 아줌마는 여전히 사회인 탁구클럽에서 활동 중이다. 지금은 탁구 실력도 솔찬히 늘었고 동호회 부회장을 하고 있다. 언제나 감사한 분이다.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한다. 최재숙 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