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6시에 집을 나섰다. 집 화장실 공사로 회사에 가서 샤워를 한 후, 서울 출장길을 떠날 요량이었다. 이른 아침 갑천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달리는 사람, 밴치에 앉아 쉬는 사람, 걷는 사람, 그리고 푸르디푸른 풀밭과 들꽃! 난 평소보단 여유롭게 페달을 밟았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이것저것을 찬찬히 살폈다. 만년고 앞 돌다리를 건너 페달을 밟고 있는데 저 멀리 감동스러운 장면이 목격됐다. 두 손을 턱밑에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는 아줌마! 파마머리 아줌마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두 손 엄지로 아래턱을 밀고 계셨다.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칭. 나는 실망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밟던 페달에 힘을 실었다. 멀리 카이스트교가 보였다. 그 밑에서 두 손을 나란히 앞으로 모으고 조용히 반성하듯 아저씨가 서 계셨다. 머리를 떨구고 있는 모습이 기도하시는 것 같았다. 가까이 가는 동안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갑자기 오른팔이 움직였다.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노상방뇨. 아저씨는 뭘 보고 계셨을까? 소변줄기에 한들거리는 풀을 보고 계셨겠지? 아님 다리기둥에 그려지던 산수화? 그렇게 잔잔한 풍경을 지나 직장에 도착했다. 샤워 후에 메일을 체크하다 보니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렀다. 유성터미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데 큰일이었다. 남은 시간 17분.
난 찬찬히 살피던 페달에서 분노의 질주페달로 갈아탔다. 모든 풍경이 스치듯 지나갔다. 유성구청 앞을 지나 홈플러스 뒤편길을 바람 가르며 달렸다. 드디어 도착! 헐떡거리는 숨을 뱉어내며 자전거를 주차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3분 남았다. 갑자기 아가씨가 앞을 가로막으며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 화장실실이 어디..." 아가씨는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일하는 아저씨인 줄 알았나 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조금 전 아가씨가 생각났다. '아가씨는 하던 질문을 왜 멈췄을까? 내가 무지 급한 상태란걸 눈치챈 걸까? 아님 내 표정으로 화장실 방향을 알아챈 걸까?'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오며 손에 있는 물기를 탈탈 털어냈다. 드디어 버스에 올라탔다. 덩치가 산 만한 아저씨가 앉아있다. 두꺼운 팔뚝과 얼큰은 말하면 잔소리다. 무르팍이 앞으로 솟은 걸 보면 키도 솔찬히 큰 모양이다. 버스에 타기 전에 담배를 급하게 피운 모양이다. 냄새가 장난 아니다. 허벅지 두툼한 살 때문에 다리 모으기가 힘든 모양이다. 궁둥이와 팔뚝살이 내자릴 침략한 지 오래되었다. 말은 못 하고 불쾌감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햇볕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난 팔을 뻗어 커튼과 커튼 사이를 좁혀볼라 했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갑자기 옆자리 아저씨가 커튼과 커튼을 이어주신다. 커튼 양쪽 끝에 있는 똑딱이를 채워주신다. '헐.......'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맘속이 울그락 불그락했는데, 아저씨의 작은 친절에 속 좁은 내가 한심스러웠다. '에휴, 난 왜 이모양일까!' 작은 친절 하나가, 수줍은 미소 하나가 경계심으로 가득한 마음벽을 허물 수 있다. 이왕이면 먼저 허무는 게 좋다. '아저씨 미안합니다.' 이렇게 조용히 반성하고 있다. 갑자기 조용한 버스 속에서 박수소리와 불만 잔뜩 한 마른 목소리가 버스 공기를 쩌렁쩌렁 가른다.
"차 안에 모기가 있어. 모기가.... 푸마끼를 뿌리고 댕기든지 해야지.. 내참..."
분명 기사님 들으시라는 볼멘소리다.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본다. '음... 아저씨 아니 저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우셔서 본인 목소리가 잘 안 들리실 거야' 좌우당간 오늘도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