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로또

by 김선태

일요일 아침이었다. 어젯밤 들이킨 막걸리 한 병 덕분인지 꿀잠을 잤다. 개운한 아침이었다. 폰을 만지작 거리다 뉴스를 보게 되었다. 기사글 사이사이에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물론 그 흔하디 흔한 로또 광고도 한쪽 구석을 차지했다. 문득 아내랑 함께 산 로또가 생각났다. 나는 아내를 다정하게 부르며 물었다. "여보, 우리 로또 있잖아. 엊그제 산거" 아내는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해 주었다.


"여보, '우리'라는 단어는 빼줘요. 내가 산 로또야."

"헐!"


그렇게 만들어진 정적은 아내와 나의 사이에 갈라진 홍해를 만드는 듯했다. 정적을 깬 건 아내였다. "여보, 등이 가렵네!" 나는 이때다 싶었다. 아내를 놀리듯 저음으로 대답했다. "니 등 니가 긁어라~"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저렇게 짱구를 굴린 아내가 말했고 나는 또 넘어갔다. "여보, 손 좀 빌려줘봐요. 손이 안다네." 나는 못 이기는 척하고 손을 빌려줬다. 그리고 시원하게 긁어줬다. 먼저 베풀어야 우리 로또가 되지 않겠는가! 아내 등을 긁어주고 우리 로또를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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