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by 김선태

하은이가 올해 스무 살이다. 아내와 함께 하은이를 만든 지 이십 년이 되었다. 근사하게 비행기는 못 탔지만 땅콩과 오징어 버터구이로 결혼기념일을 마무리했다. 나는 10주년 건배사를 쪼끔 수정해 읊었고 아내는 웃으며 동의했다.


"여보! 앞으로 20년도 잘 살아보자!"

"응."


아내와 나는 그윽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홀짝홀짝 맥주를 마셨다. 호프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길은 어두웠고 바람은 찼다. 나는 아내 어깨를 두툼한 팔뚝으로 감쌌다.


"춥지?"

"응. 썽큼허네."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아내를 끌어 내 몸에 붙여 걸었다. 하루 전 보름달이 구름뒤에 숨어 우릴 빼꼼히 바라봤다. 운치 있는 밤길 산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혼 때 자주 걷던 길이었던지라 더없이 좋았다. 난 준비되지 않은 맨트를 날릴 수밖에 없었고 아내는 아내답게 당황하지 않은 답변을 내게 전했다.


"여보! 당신은 꽤나 괜찮은 사람 같어. 물론 나도 그렇고."

"두고 봐야지."

"......."


그렇게 의미 있던 하루가 지나고 21주년을 향한 첫날 아침이다. 웃풍이 있어 방안 공기가 성큼하다. 아직 취침 중인 아내 손바닥을 내 얼굴에 갔다 댄다. 따뜻하다. 아내 얼굴을 보며 혼잣말을 삼킨다. '여보! 또 오손도손 잘 살아보자잉~'

ChatGPT Image 2025년 6월 11일 오전 10_09_34.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