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by 김선태

올해 하은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성년의 날도 솔찬히 지났다. 넘들 아빠는 딸아이에게 반지도 선물하고 립스틱, 향수도 선물한다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난 내 몸뚱이에 향수를 뿌려본적도 없거니와 향수를 그 누구에게도 선물해 본 적이 없다. '향수 이꼬르 사치'라는 방정식이 머리통에 박혀 자란 덕이다. 특히나 엘리베이터에서 지독한 향수를 만나게되는 날이면 머리가 띵해서 싫었다. 향수가 싫었다. 이랬던 내가 지금 향수가게 앞에 서있다. 이짝 저짝 돌아보며 향를 맡아본다. "저기요. 진하지 않고 은은하면서 상쾌한 향기 있습니까?" 점원이 향수를 종이에 뿌려 흔들더니 나에게 넘겨준다.


"어떠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이집 저집 발품을 팔았다. 다양한 브랜드에 한번 놀랬고 다양한 향을 구분 못하는 내 두툼한 코에 두번 놀랐다. 무엇보다도 가격에 놀라 자빠졌다. 미련 많은 발길을 돌렸다. 별놈의 생각에 머릿통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향수 코너를 빠져나와 왔다리 갔다리 서성이다 마음을 결정했다.


'그래, 우리 하은이에게 처음으로 사주는 향수인데... 대학생 된 기념으로, 건강하게 커준 기념으로 지르자. 질러!'


난 성큼성큼 향수가게 복도를 지났다. 내가 선택한 브랜드는 'HERMES'. 향수에 대해 뭣도 모르는 내가 이 가게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점원 상담을 받고 있던 중, 젊은 손님이 많이 다녀간 가게를 택했다. 손님들이 향수이름을 말하며 향수를 사가는게 아닌가! 점원에게 물었다.


"저기요. 해르매스 브랜드가 유명한가요?"

"에르매스 입니다. 유명하죠.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브랜드에요."

"......."


마음으로 결정한 향수이름 위에 'UN JARDIN' 이라고 쓰여 있었다. 점원에게 물었더니 자르딘(정원) 시리즈라 했다. 난 자신감 꽉찬말로 확인하듯 물었다. 고딩때 독일어를 배운게 화근이었다.


"아! 네.... 독일어인가 보죠?"

"프랑스어입니다."

"......."


향수 파는 젊은 점원이 나에게 보내는 흐뭇한 웃음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왔다. 마침내 여러 우여곡절 끝에 향수를 손에 넣었다. 조금 전 하은이하고 통화를 했다.


"하은아! 아빠야. 아빠 방금 사고쳤다. 엄마한테 혼날지도 몰라."

"왜요?"

"아빠. 질렀다. 하은이 향수샀어."

"헐! 왠지 혼날것 같은데... 아빠 혹시 '귤향' 이런건 아니겠지?"

"당근이지. 아빠를 뭘로보고... 암튼 기대해도 좋아. 음청 비싸!"

"호호호... 네!"


하은이는 제주도 감귤 초콜릿 느낌으로 나의 향수 프로젝트를 예단한 것이었다. 이제 한시간 후면 탑승이다. 비오는 제주공항이 회색빛이다. 내 맘은 유쾌 상쾌 쾌청하다. 하은이 얼굴을 생각하니 맘이 행복하다.


'뱅기야 어여와라. 후딱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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