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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전투

오늘도 전투는 계속된다.

by 김선태 Mar 05. 2025

매일매일 듣는 아내의 잔소리 중 하나. 수건을 화장실 문에 걸지 말고 수건걸이에 걸라는 것. 바로 그것. 물론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주 혼난다. 나도 가끔씩은 아내 명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큰맘 먹고 스스로 다짐하며 아이들이게 근엄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니들 앞으로 화장실 문고리에 수건 걸면 아빠가 손바닥 한 대씩 아주 세게 때린다. 알았어? 알아 들었냐고?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아들이 굵은 목소리로 답변을 하는데, 파덜(father), 파덜! 유 투, 한다. 그나저나 이제는 씻고 하루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들 녀석에게 씻으라고 씻으라고, 욕실로 들어오라고 들어오라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중이었다. 갑자기 동민이가 영어로 뭐라 했고 당황한 나는 잠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웨잇어 세컨드, 라 했다. 아들놈이 기다렸다는 듯이. 유 세드 웨잇어 세컨드! 오케이! 하며 도망을 간다. 그래서 후다닥, 유 머스트 컴 인 나우! 라며 또 한마디를 했다. 동민이가 저 멀리서 웃으며 한마디를 더 하는데, 오 노! 유 세드 웨잇어 세컨드! 남아일언중천금!이라 외친다. 이 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아들은 귀엽다.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나온 아들은 학교로 나는 직장으로 헤어졌다. 연구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초등 4 아들이 전화를 해서, 아빠! 10시가 다돼가요. 뭐 하세요? 물었다. 나는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해 미안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차게, 일하지 뭐 하긴 뭐 해! 했다.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동민이가 퉁명스러운 두 번째 질문을 하는데, 아빠! 낮에 뭐 했어요? 한다. 동민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 내가 생각해도 나를 너무 닮았다. 재치 있는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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