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풍경이다. 출출한 배를 달랠 요량이었다. 늘 그렇지만 그럴듯한 핑계다. "그래, 단백질을 보충해야지. 프라이 세 개로 가자." 나는 냉장실 아랫칸에 듬성듬성 흩어져있는 계란 세 개를 주워 들었다. 달구어지는 프라이팬 옆에 계란을 다소곳이 놓았다. 싱크대로 또르르 굴러가지 않게 지그재그로 놓았다.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었다. 아내가 공수해 준 식용유를 팬에 두르니 치 하는 소리가 경쾌했다. 나는 언젠가 요리 프로에서 알려준 대로 식용유를 듬뿍 쏟았다. 튀기듯이 프라이를 해야 맛나다는 지침을 성실하게 따랐다.
드디어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투척할 시간이 왔다. 나는 계란 하나를 싱크대 모서리에 툭하고 쳤다. 쪽 하고 금이 간 계란을 두 손으로 벌렸다. 아직 세상을 보지 못한 흰자와 노른자는 세상과 첫 대면을 했다. 그렇게 날 위해 희생했다. 나는 손놀림이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두 번째, 세 번째 계란이 기다리는 터였다. 두 번째 계란도 문제없이 투척되었다. 나는 쪽 하고 쪼개진 계란을 짝 하고 벌렸다. 연속된 동작이 퍽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반백년 동안 익숙해진 동작이었다. 난 계란 껍데기를 싱크대로 던졌고 빠르게 다음 계란을 집었다. 세 번째 계란 역시 똑같은 동작으로 쪼개지고 투척되었다. "헐." 세 번째 계란 껍데기를 싱크대로 던지는 동시에 눈동자가 투척된 계란을 향했다. "뭐지? 이건 뭐지? 노른자가 읎네!" 순식간에 엄청난 고민이 몰려왔다. 마지막 계란을....
'꺼내서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먹어도 되는 건지 먹으면 탈 나는 건지. 씨 없는 수박도 있는데, 먹어도 안 죽겠지?'
결국, 먹기로 결론을 내렸다. 탁자에 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맛도 향도 괜찮았다. 역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리곤 잠시 프라이를 씹으며 명상에 잠겼다.
'노른자가 없으니 병아리로 태어났으면 흰 닭이었겠지? 가만있어 보자. 그럼 오골계는 노른자도 아니고 흰자도 아니고 검은자것네 검은자. 까마귀도 검은자고.......'
그렇게 즐거운 바보명상을 하며 식사를 했다. 꽤나 즐거웠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니 목을 젖히고 웃는다. 영상통화 속에서도 목젖이 보일똥말똥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당신, 교수 맞아요?"
요런 생각이 든다. 상상은 즐겁다. 특히나 바보명상은 그 즐거움이 더하다. 좌우당간, 오늘도 행복하다. 과정이 꽤나 즐겁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