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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24. 2017

우리는 왜 일하는가?

성공? 행복? 먹고살기위해서?


왜 일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먹고 살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일을 적게 하기 위해서...


등등의 대답이 나올 것이다.


나는 대학 졸업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일을 해오고 있다. 나는 왜 일을 해왔을까?

첫번째 말한 '먹고 살기 위해서' 란 답이 가장 맞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그때는 먹고사는게 힘들 때다. 자아실현, 행복.. 이런 류의 답은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한 뒤 중년이 지나서 생각해본 답들이긴 해도 전반적으로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그냥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 왔다는 표현이 제일 맞을 것 같다. 나 뿐 아니라 내 또래의 기성세대들은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다.


'일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역설적이지만 이 말도 우리 세대들에게는 맞는 말이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왔다는 의미다. 일이 없는 편안한 노후는 행복한 미래를 의미했기에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다.


이렇게 먹고 살기위해, 일에 해방되기 위해 살아온  우리 세대들에게 "일이 있는 것이 행복이야. 일이 있어 바쁜게 행복이야.'' 란 말을 했다면, 모르는 소리 말라며 무조건 쉬는게 행복이야 라고 소리 칠지도 모르겠다. 다만, 가끔은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위협 받아본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일이 있고 바쁜게 그래도 좋은 거야' 라면서 그 말을 수긍할 지 모르지만, 그 사람 역시 일을 안해도 걱정없이 살 수만 있다면 당장 일을 때려 치울 정도로 우리 세대들에게는 일이란 되도록 덜하는게 상책이었다.


우리 나라 기성세대들의 일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정리되는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일을 선택하고 일을 해온 환경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은 개인적인 보람을 찾는 자아실현의 수단이라든가 자기 삶의 가치와 의미와 연계되는 일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생계수단으로써 일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일을 안하거나 덜하고도 생계가 유지된다면 일을 안하는게 최선이다.


또한 알다시피 지금도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015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OECD 최고일 뿐 아니라 유럽인들이 일밖에 모는 무식한 x 라고 하는 미국보다도 연간 2개월 이상 일을 더 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무조건 일을 안하거나 덜하는게 행복일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일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고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다분히 철학적 주제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천성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평생 일이 있어 바삐 사는게 행복이라는 말은 자본가나 국가가 지어낸 말일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가령,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일주일에 3,4일을 일하고 하는 일이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인데도 일없이 소일만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죽을때까지 자신의 가치를 증진시키며 산다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석 심리학의 대가인 칼 융의 성찰에서 우리들이 일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칼 융은 "최고의 행복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며,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성공"이라고 했다.


이 말은 자신을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자신을 잘 알아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갖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성공이요, 행복이 되는 것이다.


일을 통해 자신을 찾고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과 행복은 분리될 수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번 다음 그 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가 결국 그 일과 행복이 바로 하나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들은 이 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일에 몰입하면서 그런 느낌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대체로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선택했기 보다는 사회로부터 주어진 일, 맡겨진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일을 덜하거나 안하고 살 수는 없을까를 더 고민해왔던 세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에도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것이 행복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아내가 NGO 활동을 할 때 함께 일하는 능력있는 청년들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일은 가치였고 의미였다. 한달 내내 일을 하고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이었지만 그들은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아, 사람에게 일이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하면도 잘하는 일인데다 가치관에 맞는 일이라면, 의미있는 일이므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일 것이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사람 뿐 아니라 가족, 이웃과의 좋은 관계로도 연결되기 마련이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셀리그만의 행복공식 PERMA에서 얘기한 키워드 긍정정서, 몰입, 관계, 의미, 성취와 직결된다. 바로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수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한다. 이 말에는 나와 기성세대들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을 통해서 내가 성장하고 있고 많이 배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우리들이 일을 하는 동안의 성공은 대체로 그 조직의 높은 직책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 승진의 계단에서 탈락하는 친구들은 좌절감으로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맞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분명히 조직에서도 높은 보상과 직책이 주어졌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는 일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보상가 직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니체는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라'에서 "여행의 보상은 목적지에 있지않고 그 여정에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일에 대한 보상도 여행처럼 그 목적지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해나가는 동안의 여정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의 멘토라 할 만한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한결같이 일을 하는 그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일의 성공에 대한 생각도 그 목적지가 아니라 그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에 두고 하다보면 성공은 다가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가 될 것이다.


결국, 고용에 대한 국가의 사회안정망이 구축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면서도 가치에 맞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정적인 공무원 만 택하려 한다고 젊은이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죽을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되는 고용불안이 없는 안정적인 나라를 만들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결심과 헌신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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