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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May 20. 2018

도서관과 독서실

학생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책을 살 때 괜히 뿌듯한 느낌을 가진 적이 적이 없는지? 

매달 월급을 받아 한 달 버티기 늘 빠듯한 신혼 시절에 매 급여의 일부는 책을 사자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한두 달인가 하고는 계속되는 마이너스 가계로 인해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행복한 웃음이 지어진다.


확실히 책은 다른 물건을 구입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에 그 행복이 있다는 여행을 소비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그 순간 함께 책을 사는 일행 속에 있다는 자체가 우선 기분 좋다. 그리고 구입한 책의 상당 부분은 그냥 책꽂이에 꽂혀있기도 하지만 책을 살 때는 과소비란 생각을 떠올린 적은 없다.


그렇게 구입한 책을 언젠가 읽는다면 몰라도 그냥 책꽂이에 몇 년간 그대로 꽂혀져 있는 책을 보면 쓸데없는 소비를 한 게 분명한데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냥 보여주는 장식물로도 충분한 가치를 한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 있는 도서관 이용이 익숙하게 되기 전까지는 나는 도서관의 효용을 제대로 몰랐다. 도서관의 효용을 잘 모르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 그랬다.


인터넷 검색 이미지


대학 다닐 때 학교 도서관은 나에게 독서실이었다. 저학년 때는 시험 기간 때 자리 잡아 시험공부하는 곳이었고, 군대 다녀와서는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한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내에는 사립 독서실처럼 칸막이 쳐진 열람실이 가득 있었다. 그래서 시험기간이 되면 늘 새벽부터 자기 잡기 경쟁이 있었던 것 같다. (자리만 잡고 하루 종일 바깥에서 놀다 온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데, 지금 내가 재직하고 있는 도서관에는 과거처럼 칸막이 형태의 독서실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오픈된 열람실만 있다.


나는 대학에 오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나는 다른 분들로부터 이동문고나 마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고 얘기를 들으면 책은 구입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줄을 그을 수도 있고 한번 더 보고 싶은 부분을 접을 수도 있고, 읽은 책을 서가에 비치해 두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서량이 조금 많아지고부터는 책 구입에 드는 예산도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여전히 위와 같은 이유로 평소 구입해야할 도서목록을 적어 두었다가 한 번 씩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구매하곤 했다. 가끔 몇 만 원이 넘는 도서는 클릭하기 전에 멈칫하기도 하고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 도서관을 본격적으로 이용하여 책을 빌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과거 배운적이 있지만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도서분류표를 가지고도 원하는 책을 금방 찾아낼 정도가 되었다. 또한, 없는 책은 신청만 하면 바로 구매해 준다. 단지 과거처럼 빌린 책은 줄을 그으면서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게 해야할 책들은 읽고 난 뒤에 다시 구매해서 요약하고 서재에 보관한다. 그리고 읽은 책은 학교 곳곳에 책 수거함이 비치되어 있어 직접 반납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뿐만 아니다. 책을 가까이 하고 보니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관계자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독서 촉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많이 제공하지만, 상당수의 책은 이북으로도 제공하고 있고(나는 아직 이북으로 책을 읽는 데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주 화제의 책을 요약해서 서비스 해주면서 독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 곳곳에는 신간이나 화제의 도서들이 그냥 바로 집어서 볼 수 있도록 항상 쉽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이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량이 낮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독서의 불필요성을 말하는 분은 없겠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들 중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살면 되고 우리 나라 사람이 책을 많이 안 읽어도 이렇게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 않느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것과 경제수준과의 연관성을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수준을 단순히 잘사는 정도와 연관지어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나라가 조금 잘 살게는 되었지만 국민의 품격수준도 그런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생떼를 쓰거나 마구잡이 욕을 하고 했던 말도 쉽게 뒤집는 현재 정치하는 분들을 보면 금세 이해될 것이다. 그 분들은 국민들의 품격수준에 맞춰서 그들의 정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부분은 그 나라 국민의 독서량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내가 대학 도서관을 이용에 익숙해지면서 깨닫는 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내가 가 보지 않는 길에 대해서 쉽게 상대의 생각을 무시하고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주장하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이다. 나는 앞에서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요즈음 주위 도서관들이 잘되어 있어 쉽게 책을 빌릴 수 있고 없는 책을 신청해서 잘 읽고 있다는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곤 했어도 그냥 무시했었다. 어떤 분들은 마을 도서관을 또 어떤 분들은 이동문고를 이용하는가 하면, 또 퇴임한 어떤 분은 국회 도서관도 일반 시민들에게 잘 개방되어 있고 이용하기도 편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았지 지금까지 구청 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도 과거의 나처럼 그들이 독서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귀한 것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바로 독서환경에 대해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늦게라도 그걸 깨달았으니 다행인 셈이다.


"과거 권력자들은 책과 도서관을 통제하고 오로지 자신들만이 소유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려 했다.(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사이토 다카시, 2015)"고 한다. 그 처럼 책은 지배자 권력의 원천이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보면 정보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한 것일게다. 그때에 비하면 이제 정보는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누구나 인터넷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세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진정한 지혜는 쉽게 얻어지는 정보에만 있지않고 대부분 책 속에 묻혀있다고.... 나는 너무 늦게 알았지만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나의 진심어린 말을 한번 믿어보고 나 보다 빨리 그 세계를 누렸으면 좋겠다.


로마시대 셀수스 도서관, 인터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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