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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Aug 07. 2018

돈이 무섭다

나도 어이가 없어지려 한다.


나는 요즘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정치적 성향이 많이 다르게 보이면 대화하기를 피한다. 지금까지의 관계가 무너질까 해서다. 이 부분은 설득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나의 동향 친구는 물론이고 친척이고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성향에 관한한 어떻게 그렇게 고착되었는지 모르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요지부동의 영역인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 정치 역사에서 영호남을 자꾸 이간시키려 했던 세력이 있었던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기 주장을 하다가도 객관적인 증거나 데이타가 나오면 바로 앞에서는 수긍하기 힘들어도 그 자리를 떠나서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는지 돌아보기 마련인데, 이제는 그런 여유가 없어졌다. 자신이 아는 데이타만 객관적인 데이타이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데이타는 무조건 조작되거나 거짓 데이타라며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이미지


지금도 주말이면 태극기를 들고 서울역과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분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 분들은 자신들 만의 정보를 돌려보며 그 정보에만 의지한다. 지금의 신문과 방송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자신들끼리 나누는 정보만을 신뢰하고 다른 사람 얘기에는 귀를 막아버린다. 귀를 막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집단과 다른 정보를 언급하면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려 하기까지 한다. 흡사 우리가 사이비로 여겨는 종교집단을 연상케 한다.


이 분들은 그래도 무지(기분 나쁜 분도 있을 것이다. 이때 지식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폭을 말한다.)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보자. 그런데 이 분들이 돌려본다는 그 거짓 정보는 누가 만들까? 이 사람들이야말로 이런 무지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거짓 기사와 거짓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자신들은 그것이 거짓내용인 줄 알지만 그들의 그런 행동이 자신의 돈벌이와 연결이 되니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야 사이비 종교집단의 기괴한 행동처럼 비주류 언론(?)의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하는 주류 언론사들이 그런 조작에 앞장 서고 있다면 이건 큰 일이다. 그렇기에 주류 언론사들은 거짓 정보나 오류 기사를 내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런 정보에 대한 책임 또한 엄격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30년 근무 뒤 기업에서 나온 뒤로는 신문을 접하기 어려워졌다. 처음에는 신문 하나 정도는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내가 쓰레기(?)만 늘어난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얻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신문을 받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우리나라 주류 신문사 한 곳에서 나온 칼럼 내용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우리 경제가 2분기에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1.0%로 올라섰던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아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가 더 커졌다. ...중략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이 2분기 무려 4.3%(연율 환산) 성장을 내다본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이가 없다.”(C일보, 7월27일자 칼럼)


신문 내용수준은 모르겠지만 매출로 따지면 최고 수준에 있는 C신문사에서 이런 칼럼을 올렸다면, 대부분 경제 비전문가인 일반 국민들은 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냥 07%(한국) vs 4.3%(미국)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그 신문을 좋아하는 독자층은 물론이고 반대측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현재 경제가 정말 문제가 많구나....' 하면서 그 정보를 받아들일 것이다.


인터넷 검색이미지


그런데, 이것은 전형적인 왜곡 기사이다. 한국은 분기 대비이고 미국은 분기대비 내용을 연간으로 계상하면 4.3%(그래픽에서는 4.1%)가 된다면 뜻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려면 2분기는 0.7(한) vs 1.0(미)이어야 하고 연율로 비교하자면 2.8(한) vs 4.1(미)로 해야한다. 1/4분기를 C일보가 말한대로 표현하면  0.5%(미국) vs 4.1%(한국)로 표현한 셈이다. 그런데, C일보가 1/4분기 성적을 그렇게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보다 잘 가고 있다고 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그렇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보통수준이라 한다. 그런데 C일보는 왜 이렇게 현재 경제가 곧 망가질 것 처럼 꾸며서라도 보도하려는 걸까?


지금 정부가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여론을 나쁘게 만들어 현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재벌위주, 부자 위주의 정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미 주류 언론사 간부들이 삼성 장춘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 드러났듯이 그들이 그런 부자들로부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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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앞세우고 최저임금과 일자리 정책을 추진한 지 이제 겨우 1년(그것도 야당의 온갖 방해로 실제 기간은 6개월도 안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새로운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법안들은 거의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을 지나고 있다. 마치 손발은 묶어둔채 링 위에 올려놓고 1라운드는 졌다고 평가하는 셈이다. 


적어도 경제정책 효과가 발생하려면 3년을 걸려야 한다고 한다. 근데 벌써 이들이 현정부의 경제성과를 집중 포화를 하는 것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적폐청산과 같은 다른 정책에서 시비 걸 꺼리가 없으니 그런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처럼 조작에 가까운 기사를 통해 현 정부가 경제에 실패한 것처럼 계속 나쁜 여론을 조성하게 되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효과가 자꾸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시다시피, 소득 주도 성장은 저 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가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제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사람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그 돈이 소비로 연결되려면 미래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때라야 한다고 한다.  미래가 불안하면 힘들어도 돈을 쓰지 않고 자꾸 모아(저축) 미래를 대비하게 되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 효과가 일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언론들이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이 작동된지 채 1년도 안 안된 시점이다. 그리고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들은 야당에 의해 국회에서 묶여 있는 상태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최저임금 문제, 일자리 정책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 되는 정책을 지금처럼 조작에 가까운 논조로 비난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면 새 정부의 경제성과에 실망한 국민들은 다시 정부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명박그네의 9년처럼 기업주도 성장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를 가지고 지금도 이처럼 조작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다.


기업주도 성장 시절을 잘 기억해 보라.... 기업들이 잘 돌아가도록 세금을 깍아 줬더니 돈 벌어서 투자는 하지 않고 직원들은 기계나 임시직으로 대체하여 고용은 줄이고 있는 일자리도 저품질 일자리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경제 성장율이 높아지지 않으니  남아도는 집을 짓고 사대강 해서 억지로 없는 건설경기를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돈빌려 집을 사게 만들어 가계부채가 1500조가까이 이르러 아직까지도 경제를 엄청난 부담을 준게 지난 9년 간 정책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가계부채 1500조는 이자율 1%만 올려도 국민 부담이자가 15조가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같이 올려주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금리를 많이 주는 쪽으로 몰리게 되어 있어 우리도 같이 올려줘야 하는데 우리는 쉽게 못 올리는 경제 부담요인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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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C신문를 동경하며 그 신문사의 사설을 읽으면서 취업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그 신문사가 이렇게 변한 것이다. 당시 그 신문사에 들어가려면 고시 수준의 공부를 해야했다. 그렇게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렇게 훌륭했던 엘리트들이 돈이라는 괴물 앞에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C신문사에 다니는 나의 후배는 세간의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에 거부감을 표한 적이 있다. 그 후배는 지원부서에 근무하고 있어 같은 취급을 받는 느낌이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행태를 보이는 신문사의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곱지않는 시선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이 모르고 그 데이타를 조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모르고 그랬더라면 수정보도를 했을 것이다. 알고 그랬기에 '악한 것'이다. 돈 때문에 악하게 변한 것이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돈앞에 무력해야 하는지 '어이'가 없어지려 한다.(하지만 나 역시 이 글에 자유롭지는 못하다. 당시 내가 그 언론사에 입사했다면, 혹은 당시 좋은 직장으로 여겨졌던 국정원 직원이 되었다면 나도 돈이나 권력의 노예가 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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