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희 Sep 16. 2016

글에서 힘이 빠진다?

그래서 힘을 얻는다.



"당신 글에 힘이 많이 빠져서 읽기 편해요." 요즘 아내가 내가 쓴 글을 보고 종종 하는 말이다.


글을 쓰는게 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힘이 빠진다는 말이 무엇일까?



모든 운동은 어느 정도 수련이 되면 힘이 빠지는 걸 알게 된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골프라는 운동도 늘 힘빼기와의 싸움이다. 몸집이 아무리 좋은 사람보다도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애서 스윙을 하면 공이 날아가는 거리도 짧아질 뿐 아니라 심지어 잘못해서 몸을 다치기도 한다. 무슨 운동이든 힘을 써서 잘되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운동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힘을 뺄 수 있는 단계까지 같다는 말과 같은 것 같다.



무술의 고수들도 보면 역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림의 고수가 될수록 힘이 빠져 몸은 흔들 흔들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무예는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힘을 쓰는 모든 일은 힘을 빼야 잘된다. 장작을 패기 위해 도끼질을 하거나 산소 위의 잔디를 깍기 위해 낫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잘하는 사람들은 힘이 드는 것 같지도 않은데 경험이 없는 사람이 힘들여 해놓은 일보다 더 깔끔하고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설겆지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가끔 설겆이를 도와주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초반에 도와줄때만 하더라도 그릇이 손이 잘 미끄러져 나가고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설겆지를 마치고 나면 상의의 상당 부분이 물에 젖어 있는 것을 발견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훨씬 많은 분량의 설겆이도 소리도 없이 물도 튀기지 않으면서도 더 빨리 잘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리로 말하면 힘이 빠졌다. 요령을 알게 되니 설겆이 하는 일에도 힘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모든 일이 힘이 빠져야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조금 알고, 조금 힘이 있을때는 더 아는 척하고 힘자랑을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오히려 지켜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고 상대방의 행동에서 나의 부족한 면을 먼저 보려하고 배려하게 된다. 힘이 빠지고 있는 셈이다. 성장해 갈 때는 도토리 키 재듯이 서로 서로 악다구니를 써가며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만 제대로 성장하게 되면 그런 행동이 사라진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존경받는 분들을 생각해 보라. 인류의 구원자라는 예수를 비롯해서 테레사수녀, 법정 스님과 간디 같은 분들에게서 완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 분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힘을 가진 분들일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과시하려 들고 힘을 드러내려 한다.그런데 힘은 드러내려 애쓰면 애쓸수록 그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힘이 빠졌을때 나타나기 시작하는 법이다. 자신이 그 힘을 드러낼 의지가 없어졌을 때 오히려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는 일도 마찬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글 속에 내가 드러날수록 그 글의 힘은 더 약해지는 것 같다. 내가 빠지고 내가 드러나지 않고 힘이 빠졌을때 내 글의 힘은 오히려 커진다는 것을 아내가 말해준 셈이다. 글의 힘은 나의 성장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나의 의식이 커질수록 글의 힘은 더 빠지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나의 글을 더 편하게 여기게 되고 그 결과 글에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힘을 빼는 일이 힘을 얻게 되게하는 역설이다. 글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생각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하는 아내의 말 "이런 글을 쓰는 자체가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일침을 가한다." 갈 길이 멀다.




작가의 이전글 책홍보,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