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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an 10. 2017

법이 우습다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무섭다.

나는 요즘 청문회를 보면서 법이 참 우습다는 생각을 해 본다.

법이란 것이 별 것 아니라는 건방진(?) 생각이 자꾸 든다.


요즘 매일 매일 뉴스를 보면, 금방이라도 모든 진실이 밝혀질 듯이 떠들어대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일은 거의 없고, 금방이라도 당사를 불러 추궁하면 다 될 것 처럼 떠들어대지만,

정작 실행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을 보면서 법을 자꾸 우습게 보게 된다.


청문회에 출석을 명령해도 출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도 법이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위증이 범람한다.

상식적으로 너무나 뻔한 일이고 명확한 일인데도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을 해댄다.

그렇게 해도 법이 그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최고의 기관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행정기관의 장들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면 국민들은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답을 하는 증인의 태도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당연히 법은 보수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법앞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법이 집행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법 앞에 서있는 사람들은 약자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서더라도  법이 그렇게 만만하게 집행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법은 철저하게 가진 자의 편이다.


나는 재직 시절에 증인 신분으로 법정이 선 적이 몇 번 있다.

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할때부터 주눅이 들기 시작해서, 증인 신문을 할때는 목소리도 떨릴 뿐 아니라 말을 할 때도 횡설수설 여러 번 꼬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실대로만 얘기하면 되는 입장이었는데도 그랬다.

가지지 못한 자에게 법은 그렇게 다가오는 법이다.



청문회를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무능을 탓한다.

그런 국회의원 한 둘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청문회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 자리에 갔더라면 더 무능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니,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몇 몇 증인들에게는 몇 달 이상 말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한 뒤에 불렀다.

그들에게 수사 전문가도 아닌 국회의원이 캐낼 수 있는 사실이 얼마나 될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눈을 가리고 상대와 복싱을 하는 심정이었을 것 같다.

가진 자들에게는 법은 그들의 노리개가 아닐까 싶다.


일반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도 그런 자리에 서게 되면(일반 국민들에게 그런 기회(?)가 올 리도 없겠지만...)

법이 지금의 청문회에 선 사람에게 대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할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슬픈 일이지만, 법은 약한자와 없는 자에게는 무섭게 다가온단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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