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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an 26. 2017

아빠 노릇 범위

끝이 보이지 않는다...부모책임이다.

50대 후반에 접어든 아빠들에 대한 자녀의 기대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에 어떤 워크숍에 갔다가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는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나처럼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명예퇴직을 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분이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하는 일도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와지게 되었다.


어떤 기업에서 일을 했느냐? 어떤 일을 했느냐? 어디에 사느냐? 그리고 자녀는 어떻게 되느냐?


나이는 나와 같고, K그룹을 은퇴하고 지금은 모 지방대학에서 대학생들 취업과 창업을 도와주고 있는 분이다. 아주 듬직해 보이는 분이었다. 일산에 거주하면서 3일은 지방에서 2일은 일산에서 바삐 지내고 있다고 했다. 좀 더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자녀에 대한 얘기로 옮겨갔다. 1남 1녀에 아들은 미국에서 아직 유학 중에 있고 딸은 국내 대학에 다니면서 2년 정도 중국 연수를 다녀와서 다시 재학중.  그래서 여전히 자녀 둘 다 재학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딸이라고 했다. 지금도 아들 해외대학 뒷바라지 땜에 만만찮은데, 딸도 오빠처럼 유학을 가야겠다고 우겨댄다는 사실이다. 왜 오빠만 유학을 보내느냐는 딸의 말에 할 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딸에게는 중국에 어학연수도 보내고, 한 달 정도 오빠 있는 곳에 다녀오라고 보내줬는데도, 다녀 와서는 더더욱 자신도 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고 했다.


그 분은 보통 우리세대 아빠의 평균이상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 마치고 대기업에 들어가서 평생 근무하면서 집 한 칸 마련하고 자녀 학비 뒷바라지 하고 나니 어느 새 퇴직을 맞게 된 것이다. 중간에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대기업을 나와서 좌충우돌 하면서 제대로 된 벌이도 못한 상당수의 아빠 들 보다는 훨씬 안정된 삶을 살았다. 그렇게 은퇴의 날을 맞았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압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혼 초에 대기업 다니던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 두라고 했던 일이 뼈저리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게다가 아들 녀석이 잠시 귀국해서 하는 말, "아빠, 나 결혼할 때 집은 마련해 주실 거죠?"라는 말에 더더욱 막막해 진다고 한다.



다른 지인 중 한분은 국내 모 항공사에서 지점장을 끝으로 은퇴할 때, 자녀 셋중 하나만 졸업하고 둘은 여전히 외국대학에 재학중이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대학 보내려면 연간 6천에서 많게는 1억 가까이 든다고 한다. 아내의 교사 급여로는 턱없이 부족한 학비를 마련하고자 은퇴후 바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다가 미리 취득해둔 박사학위를 가지고 대학을 기웃거렸더니 대기업의 급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것을 알고는 바로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피나는 노력으로 성과를 올린 덕분에 남은 두 자녀도 무사히(?) 졸업을 시키고 예순이 넘어서야 학교에 자리잡아 그나마 뒤늦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자녀 셋 모두 미혼인 상태다.


또, 예능계를 가고 싶어하는 자녀를 가진 친구의 얘기도 들어보면 이 또한 만만찮은 부모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악기비용은 기본이고, 지속적인 과외비용, 정기적인 연주회 참가비용...

이렇게 해서 입학하더라도 기본으로 외국에 유학을 갔다와야 자리를 잡을 엄두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어디까지를 돌봐야 의무를 다하는 걸까?

요즘은 결혼 연령도 자꾸 늦어지고 또 혼자 살기를 결심하는 자녀들도 많아 부모가 동거를 하는 자녀들도 많아져 넓은 평수의 집이 인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학업이 끝난 뒤에도 부모에게 얹혀 살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일까, 자녀의 책임일까... 부모가 충분히 넉넉하다면 자녀의 어디까지를 책임져야 옳은 것일까?

정답이야 없겠지만, 할려고 치면 부모노릇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나는 참 아빠노릇  쉽게 했다.

어쩌면 나의 자녀들은 능력없는 아빠를 생각해서 알아서 유학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특별히 예능적인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점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일이다.

아무튼 나는 쉽게 아빠 노릇해 왔고, 하고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나를 비롯한 베이붐세대에 태어나 성장하면서 아빠가 된 분들은 직장생활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성장하는 산업사회 시대를 살면서 돈을 벌어 주는 일만이 아빠역할의 전부가 되어 버린 것 아닌가싶다. 다시 말해, 진정한 아빠 노릇을 못하다 보니 그 미안함을 돈으로만 떼우려는 아빠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돈으로 하는 아빠 노릇이 제일 쉽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자녀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각각 존중되어야 하고,

도움이란 명목으로 자녀의 인생에 개입해서도 안될 뿐 아니라,

나의 인생 또한 그 도움으로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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