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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Jun 27. 2021

잠들고 싶다

아무 걱정도 없는 꿈속으로

그날 이후로 몸이 상당히 안 좋아진 것은
느끼고 싶지 않아도 분명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하루에 한 끼 식사가

끝이기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그 한 끼 식사 양의

반절조차도 먹지 못한다.

조금 넘겨서 먹는다 싶으면

금세 속이 더부룩해져 버리니.
예전엔 조금 많던 식욕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정말 그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쓰러지지 않기 위해

그 한 끼라도 챙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것엔 손도 대기 싫으면서

밤에는 꼭 술에 손을 댄다.

위장이 작아진 탓인지

예전엔 거뜬히 먹던 맥주 몇 캔도

이제는 조금 먹었다 싶으면 토해내기 일쑤다.

오랜만에 보는 이들도

살이 빠졌다고 하나같이 말하지만

사실 모르겠다.

그냥 그런것에 관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대로 몸이 안 좋아져

죽어버리면 좋겠다 생각은 하지만

또 한편으론 힘들게 병에 걸려 죽을 바에야 몸이라도 건강하길 바란다.

한 번에 고통 없이 죽지 않을 거라면.



괜찮다. 정말 나는 괜찮은데.

딱히 신경 쓰일 것도 걱정할 것도

이젠 없어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몸 상태가 거지같이 변해버렸는지.



자고 싶다.

요즘 나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은

잠드는 시간밖에 없다.

꿈속에선 아무것도 고통스럽지 않고

아무것도 힘들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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