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몸이 상당히 안 좋아진 것은
느끼고 싶지 않아도 분명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하루에 한 끼 식사가
끝이기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그 한 끼 식사 양의
반절조차도 먹지 못한다.
조금 넘겨서 먹는다 싶으면
금세 속이 더부룩해져 버리니.
예전엔 조금 많던 식욕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정말 그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쓰러지지 않기 위해
그 한 끼라도 챙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것엔 손도 대기 싫으면서
밤에는 꼭 술에 손을 댄다.
위장이 작아진 탓인지
예전엔 거뜬히 먹던 맥주 몇 캔도
이제는 조금 먹었다 싶으면 토해내기 일쑤다.
오랜만에 보는 이들도
살이 빠졌다고 하나같이 말하지만
사실 모르겠다.
그냥 그런것에 관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대로 몸이 안 좋아져
죽어버리면 좋겠다 생각은 하지만
또 한편으론 힘들게 병에 걸려 죽을 바에야 몸이라도 건강하길 바란다.
한 번에 고통 없이 죽지 않을 거라면.
괜찮다. 정말 나는 괜찮은데.
딱히 신경 쓰일 것도 걱정할 것도
이젠 없어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몸 상태가 거지같이 변해버렸는지.
자고 싶다.
요즘 나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은
잠드는 시간밖에 없다.
꿈속에선 아무것도 고통스럽지 않고
아무것도 힘들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