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를 되뇌며
덤덤해지길 기다린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말하면
정말 괜찮아질지도 몰라서.
괜히 내 눈물을
아무 곳에나 쏟아내고 싶지 않아서
눈물을 깊이 묵묵하게 담아뒀다가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돌아와
혼자서 맥주 한 잔을 꺼내며
숨겨냈던 그 눈물들을 다시 쏟아낸다.
아무도 곁에 있지 않을 때,
오로지 내 감정에만 집중하며.
그렇게 하면 모든 것에 분노가 치솟아있고
나에 대한 혐오도 극에 달하던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나 자신을 스스로 안아주게 된다.
애잔하게 덩그러니 앉아 울고 있는 나를.
결국 이 일도 지나갈 것이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일이라며 홀로 다독이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내 마음을 꺼내어 울부짖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내 감정을 말할 수가 있을까.
사람은 자랄수록 모든 감정을
혼자 감내하게 되는 듯하다.
어릴 땐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변 이들에게 말하던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우는 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남사스럽다 생각해서인가, 겉으론 나를 토닥여주며 속으론 나를 한심하게 보는 이들을 너무도 많이 봐서인가.
홀로 다독이는 게 편하다.
아무도 나만큼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니.
나의 우울함은 온전히 내 몫이며
다른 이들을 괴롭힐 가치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