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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Aug 03. 2018

나에게 하는 사과

안타깝던 사랑을 했던, 그때의 나에게

참 웃긴게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네 얼굴 보지 않고 지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네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으려 한다.

네 sns를 검색해 사진을 보고서야 너의 얼굴 한 구석이
겨우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금세 잊혀지고 만다.


너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내가 사랑했던 그 시절의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왜 이리도 서글픈지.

이렇게 빨리 네가 내 기억속에서
사라질 줄 알았더라면

황폐한 사막 한 가운데서

존재가 확실치도 않은
물 한 방울 갈망하는 사람마냥
너를 붙잡지 않았을텐데.


네가 내 시야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는

내 몸을 망가뜨려서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

너를 잊으려 그렇게도 애썼는데,

이제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려 하는
우리의 그 시간들이 조금은 아쉬워
추억을 한 장, 한 장 되찾아보네.

그렇다고 네가 그립다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 시절, 내 마음 한 조각조차 가질 자격 없던 너에게
애석하게 그리도 간절히 목메던 나의 그 모습이
잊어버리기엔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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