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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Aug 06. 2018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우리는 알고 있었다.

숱하게 뱉어왔던 이별이었지만

이번 이별만큼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내 '삶'이라는 편 영화에서의
유일한 주인공일것만 같았던 네가,
이제는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내리지도 않은 채

크레딧에 남자주인공 역할로 새겨질 예정이었던
너의 이름조차도 지우려한다.

너라는 인물 하나가 사라지니

미래의 우리가 꺼내어 볼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찍어두었던 지난 씬(scene)들이,

서로 열심히 노력해 호흡을 맞춰왔던 우리의 사랑장면들이

허망하게도 한 순간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정말 의미없는 들이 되어버렸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두어

다시 이 멜로영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그곳에서 너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기까지는

또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까.

그때까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나는

또 얼마나 너를 미워하고, 그리워하고를 반복하며

미쳐가야하는걸까.

얼마나 아파해야 너라는 사람의 얼굴을,
살에서 나던 그 체취를, 나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를,
나를 사랑하던 그 행동들을, 말투를 모두 잊을만큼

생각조차 나지 않을만큼 잘 살수 있는걸까.


엔딩을 내보고 싶었다.

먼 훗날 너와 함께 웃으며 꺼내볼 수 있는

이 영화의 행복한 엔딩을.

결국 우리는 이 영화의 끝을 완결내지 못한채,

보지 못한채 서로의 갈림길을 걷는구나.


나를 쉽게 지워버린 너처럼

나 역시도 너를 그렇게 지워버린다면

서로에게 미련이 없는 상태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둘의 영화의 해피엔딩일지도 모르는데.

언젠가 그런 엔딩을 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와야만 한다. 오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무너져내리고야 말것이니.


오늘도 너 아닌 답을 찾지 못해

이 새벽은 너무도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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