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든 너를 참아내보겠다.
너를 사랑하지 않도록 노력해보겠다.
어떻게 해서든 너를 참아내보겠다.
부르튼 입술을 깨물어 피가 흐르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어떻게든 삼켜내보겠다.
너의 집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보고서 떠오르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졸음 가득한 하품을 수시로 해대면서도, 너를 보러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설렘으로 가득찬 마음을 안고서 그 버스에 올라타던-
내 모습을 어떻게든 외면해보겠다.
너의 동네 이름을 보고서 떠오르는
-너의 집에서 야식을 함께하곤 했던, 가끔은 술을 곁들여 약간은 붕 떠 있는 기분으로 입을 맞추곤 했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서 진지한 사랑을 속삭이곤 했던-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든 지워내보겠다.
어떻게든 참아내보려해도
네가 자꾸만 내 속을 헤집고 나올 땐,
맥주 한캔을 급하게 들이키고서
이별노래를 주구장창 틀어대며 혼자 울음을 토해내겠다.
혹시 너도 나를 꾸역꾸역 삼켜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하지는 않겠다.
너를 운명이라 착각했던 그 순간처럼 후에 나에게 남는 것은 후회 뿐일테니.
너에게 한 번 더 속아 넘어가 너의 곁에 머무른다면,
너의 무미건조한 그 눈빛을 사랑이라 애써 착각하며
혼자 너를 열심히 붙잡던
그때의 어리석은 나로 돌아가게될테니.
아프고 싶지 않다. 널 사랑하지만 사랑하고 싶지 않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사랑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나에게서 억지로 찾아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네가 나의 속에 꽉 차서
터지고 넘쳐흐르더라도
어떻게든 너를 저 깊이 삼켜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