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눈 Feb 20. 2020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당신과 1년가량 연애하면서 헤어졌단 느낌을

이렇게 제대로 받은 건 처음이었다.

항상 이별을 말하더라도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었던 우리니까.



각오하고 있었다.

마지막 내가 당신에게 뱉었던 그 욕지거리는

이걸로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뇌리에 박으려던

내 노력이었으니.


사실 이제껏 이별을 많이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이란 건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듯하다.

하긴 아무렇지 않은 이별이란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 테니.

그저 표면으로 보이는 후회의 정도가 다를 뿐.




사실 우리가 겪어왔던 숱한 다툼들에 비하면

이번 이별의 이유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데.

어쩌면 난 조금 지쳐버렸나 보다.

다른 사랑들에 비해 어딘가 부족한 당신과의 사랑에.


게다가 당신이 사라질 동안 이런 불완전한 사랑을 믿고서 오로지 당신을 기다리기만 하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동안 놓지 못했던

벗어나지 못했던 당신의 품에서 달아나버렸나 보다.


그렇다고 그 이별의 이유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건 아니다.

난 당신에게 몹시 실망했고, 상처를 받았고, 충격을 받았지.


당신이 아직도 밉다.

이유조차 모르는 당신이, 절실하게 묻지도

잡지도 않던 당신이 너무도 밉다.


당신이 날 정말 사랑했다면,

잡고 싶었다면, 걱정되었다면

비가 많이 내리던 그 날

밖으로 뛰쳐나갔던 나를 쫓아 나와

우산을 씌워주었겠지.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피곤하단 말만 늘어놨다.

우리의 이별의 이유는 사실 그것이다.

당신의 그 행동들.

내가 비를 맞고, 번개를 맞아 죽어버리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던 당신의 그 행동들.

그런 행동들만을 보여주어 놓고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던 너의 그 말.

도대체 무엇을, 무엇을..


당신에게 있어 최선이라는 것의 정의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모두가 부정하는 당신이 정한 최선이라는 것의 정의를

당신은 꼭 붙들고서 나에게 그것을 오롯이 받아들이라 했어.


나는 맞지 않던 것을 꾸역꾸역 집어삼키느라

이제는 탈이 나버린 거지.


당신을 정말 사랑했다.

상식에 맞지 않을 정도로 당신에게 헌신했지만

남는 건 당신의 증오뿐이라니.

당신은 그냥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거겠지.

나에겐 그렇게도 당신에 대한 무한한 이해를 바랐으면서.


다 내 탓이 맞아.

당신은 아니라는 걸 진작에 깨달았음에도

네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을 놓지 않았으니까.

드디어 날 벗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
그만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을 때마다

온갖 달콤한 말로 날 구슬리던 당신 때문에

당신에게 묶여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는데,

이제라도 날 놓아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날 위해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다시는 나를 찾지 않는 거야. 나를 흔들지 말아 줘.

이제 그만 서로의 일상에서 사라져 주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하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