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변할 것이란 걸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원하던 것이라 해도 한 번 가지고 나면
그를 얻고 싶어 간절했던 마음을
금세 잊는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끝을 두려워하며
널 밀어내던 나에게,
너는 뭘 그렇게 겁내느냐며
가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게 인생이라 말했다.
너는 어딘가 다를 거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그 반짝이던 눈망울에 잠시 속아 넘어가는 척,
너의 손을 잡아버렸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 한 켠을
숨겨두고 있던 건, 이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두려움은 이제까지의 경험에서 흘러나온 것이었고 너의 그 맹랑함은 이별의 아픔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기에 나온 것이었다.
그 두려움을 몰랐기에 넌 그렇게도 자신 있게
나에게 직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관계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너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홀함을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표현하는 서운함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너를 보며
역시나 시작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원망과 아픔으로 저려오는 마음만 남을 뿐이었다.
몇 번이나 겪어본 과정이었고,
결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난 또 뭘 바보같이 사랑을 믿어보려 했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