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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Mar 16. 2021

방향

어디로 향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택시 뒷좌석에 탄 채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슨 글씬지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간판의 글자들.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데
나 혼자 나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마냥
멈춰있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듯하다.


가로수 불빛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비추고 다시 어둠이 나를 잠식하면
나는 그 불빛들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 듯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다른 것들을 바라본다.


그렇게 띄엄띄엄 자그마한 불빛들을 마주하다
어느새 밝은 빛으로 환하게 밝혀져있는
터널을 마주하게 되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셔
잠시 감았다 어렵게 뜬 후

그 밝음을 조금이나마 만끽한다.


마치 이 밝음이 나에게는 낯선 것인 듯
그 빛들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언제 밝았냐는 듯

다시 어둠 속에 내가 자리하게 되었다.

나는 저 멀어진 빛들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릴 수밖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애초에 이 어둠 속이 더 어울린다는 듯.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나를 빠르게 지나쳐가는 모든 것들을 보며.
사거리를 지나고 또 삼거리를 지나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내 모습을 씁쓸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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