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여자 May 12. 2016

미국의 아파트

부담없고, 간편하다

처음에 아파트에서 살게 될 것을 알았을 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세간이 있는 집을 물려받음'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내보니까 미국의 아파트는 한국이랑 정말 많이 달랐다.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무엇보다 이 아파트의 소유자가 개인이 아니라 회사라는 점이다. 부동산 회사에서 세운 아파트는 순전히 렌트로 운영되고 있다. 보증금은 딸랑 한 달치 렌트, 그리고 유틸리티(관리비)는 아파트에 따라서 외부회사(수도, 전기)에서 직접 청구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청구서를 만들어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파트의 오피스에는 관리사무직 직원이 두 명이 있고, 실제 세대에 가서 소독, 수리를 하는 기술직이 한 명(확실치 않다... 항상 정해진 위치에 계시지 않아서) 있다. 이런 서민 아파트는 목재로 지어져서 매우 삐걱거리지만 어쨌든 항상 안심이 되는 게 집에 일정 정도의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서 고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직접 꺼낼 수 없는 욕조의 배수구 구조상, 그 배수구에 박힌 머리카락도 사람을 불러서 꺼내달라고 한다;; 싱크에 붙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고장, 정기적인 필터 교체, 벌레 방제용 소독까지 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다 케어해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회사가 다루는 업무들은 다음과 같다.


1. 아파트 조경

이 지역은 잔디가 정말 미친 것처럼 자라기 때문에 굉장히 자주 잔디를 깎아줘야 하는데, 얼마 전에는 비료 트럭이 와서 비료도 촘촘하게 끼얹고 갔다. (냄새가 상당하다...)

2. 제설

눈이 많이 왔을 때 통행로의 눈을 치운 후에 염화칼륨을 쫙 뿌려놓는 일도 주민이 하는 영역이 아니다.

3. 야외 수영장

우리 아파트 수영장은 지난 주말에 오픈했다. 오픈 전에 덮개를 덮어 관리하고 청소하고 물을 받고 야간 조명을 켜는 등의 관리를 해준다.


야간 조명은 멋지지만 크기는 콧구멍

4. 클럽하우스

소파와 당구대, 그리고 커피 머신과 주방이 딸려 있는 클럽하우스를 관리한다. 특히 커피를 제때제때 채워놓아야 한다.

5. 헬스장, 세탁실 관리

헬스장에는 수건과 정수기 정도를 관리하고 유지한다. 세탁실은 먼지가 많이 굴러다니는데 자주 청소하는 것 같진 않다.

+이건 어제 처음 경험한 건데 유피에스 택배를 오피스에서 대신 수령해줌. 더 비싼 것도 문앞에 호쾌하게 놓고 가더니만 너네 왜;;


물론 대도시의 아파트 중에는 '콘도'라고 불리는 개인 소유의 고급아파트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시골에는 그런 것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지나다니면서 구경하진 못했음) 개인이 소유한 주택보다는 이런 방식이 입주자들에게 간편하다. 정해진 가격이 있어서 특별히 네고를 할 필요도 없고, 보증금이 너무 세지도 않다. 보통 매년 설정한 렌트비가 올라가는데, 그 인상된 렌트비는 새로 입주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고 계속해서 거주하는 경우 올려받지 않는다. 그리고 전에 입주하던 사람이 살던 계약을 인수받는 경우에도 전 거주자의 계약에 의거해 렌트를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서 아파트에 거주하도록 하는 경우 레퍼런스피를 200~300불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입주자가 바뀌는 경우 아파트에서는 벽에 페인트를 새로 칠해주고 카페트를 대청소해주는데, 믿거나 말거나 카페트의 완전 교체 주기는 5년에 한 번 정도라고 한다.


이왕 월세살이를 할 거면 이런 방식이 훨씬 편하긴 할 듯. 작은 일에도 집주인한테 일일이 연락하지 않아도 되고. 하지만 대도시의 렌트비용은 여기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는 점이 함정이겠죠. 한 달에 한화로 200만원씩 월세로 내는 삶.... 무서워서 생각만 해도;;;



작가의 이전글 심슨빌 아울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