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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Jun 01. 2016

한밤중의 전화

인생이 원래 그래

자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10시 반이 넘은 시간이라 처음엔 일단 "왜 안 자! 여행 내내 이렇게 늦게 잤니?!" 하며 잔소리 일발장전을 하는데 아들놈 목소리가 이상했다. 그냥 엄마가 보고 싶은 것 이상의 묘한 뉘앙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부터 하소연이 시작됐다. 함께 여행한 남편 친구의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여행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럴 줄 알았지. 애들 나이가 7살 4살인데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시간이 지체되고 소란스럽고 메뉴 선정도 애들 위주로 되고 다 불만스러웠나 보다. 얘기하다가 서러운지 엉엉 운다.


나는 너도 어렸을 때 그랬고, 그 나이 때 분별을 기대할 수 없고 누구 잘못도 아니라고 아들을 달랬지만 아들은 느즈막히 아이들을 낳아 상당히 오냐오냐 분위기인 남편 친구 부모까지 원망하는 분위기였다. 한참 서럽게 얘기하다가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아빠는 많이 노력했고 힘들었어."


하는 녀석이 대견하면서 짠했다. 아빠는 친구랑 마지막 밤 맥주 한잔 꺾으러 나간 듯하길래 곧바로 전화해서(미안, 아들) 애가 어린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은 듯 내게 전화해서 많이 울었으니 빨리 들어가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공장소의 예절을 강압적으로 훈련받아서 그런지 남편 친구의 아이들이 아무 제재 받지 않고 멋대로 구는 것이 매우 열받는 모양이다. 억울한 게지.


남편이 보내는 사진만 보고 마냥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열네 살도 이제 자기 속이 있더라. 곧 여행을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지 싶다.

그리고 곧 훌쩍 커서 엄마아빠와는 여행하기 싫겠지. 그게 섭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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