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행의 준비
어디로 떠날지 결정이 끝났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할 타이밍이다. 나는 한 번도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패키지여행을 가보지 않았을 정도로 패키지여행 무용론자였다. 하지만 이번 튀르키예 여행은 패키지여행으로 선택을 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패키지여행을 통해 둘러보는 여러 장소들을 자유여행으로 계획하고 돌아다닐 자신이 없었고, 거기에 약간의 귀찮음이 가미되면서 나름 효율적인 선택을 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예약을 진행했다. 다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생각해 보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했다면 자유여행도 가능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튀르키예 패키지는 여행을 몇 가지 검색해 보니 보통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여 중부지역을 둘러보고 남쪽으로 이동하여 지중해 지역을 돌아보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코스가 대부분이었다. 이 코스는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하게 된다. 이리저리 몇 가지를 더 둘러보던 중, 튀르키예 국내선을 2회 타고 이동하는 여행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전체 이동 경로 중, 2개의 구간이 튀르키예 국내선을 이용하도록 구성되어 보통 버스로 장시간 이동할 거리를 비행기 1~2시간에 이동하는 방법으로 대체한 것이다. 거기에 버스이동 패키지에는 포함되지 않은 '트라브존'이라는 도시를 관광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어 다른 패키지와는 다른 한 개의 도시를 더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버스를 장시간 타는 것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피로도가 더 낮을 것 같았고, 일반 패키지와는 다른 도시 한 곳을 더 관광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이 패키지를 선택, 즉시 예약 하였다.
투어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였지만 실제 예약은 해당 패키지여행을 판매하는 별도의 여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판매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고 비용결제를 제외한 나머지 예약 과정은 해당 여행사의 담당자를 통해 문의하여 진행하였다. 기본적으로 결제 후에는 판매 여행사와 상의할 것은 없었지만,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 동생이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를 자비로 해 주겠다고 하여 여행사에 해당 내용을 문의하였다. 넓은 좌석 구매 등을 하려면 개인별 비행기 티켓번호를 알아야 했는데, 여행사를 통한 비행기 티켓의 결제처리가 출발 일주일 전 정도에 완료되어 그전에는 개인별 티켓번호 확인이 불가하였다. 출발 일주일 전까지 기다려서 여행사로부터 받은 티켓번호에 오류가 있어 재확인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개별 티켓번호를 확인하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진 티켓은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유료 좌석을 구매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좀 허탈하기도 했다.
패키지여행 예약, 비행기 티켓 확인 말고도 준비할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자유여행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듯한 여러 가지 준비물이 빽빽이 적혀 있는 안내문을 받았고 꼼꼼히 읽어 보았다. 거기에 혹시나 부족할까 봐 이런저런 튀르키예 여행 블로그의 후기도 찾아서 읽어 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많이 접하니 여행사에서 알려준 준비물들, 환전, 구매하여야 할 물품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10여 일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도 여러 벌 챙겨야 했다. 부모님, 삼촌과 확인하여 충분한 여벌 옷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처음엔 서너 벌 정도만 가져가서 깨끗이 돌려 입겠다던 부모님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여벌옷을 넉넉히 챙기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어고 불안해서 하루 날을 잡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쇼핑몰에서 새 옷을 서너 벌씩 사 드렸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르신들께서는 옷이 많은데 왜 또 사냐고 하셨지만 막상 새 옷을 사드리니 맘에 들어하셨다.
패키지여행은 선택관광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본 코스에 있는 관광지에 도착해서 해당 지역에 유명한 관광 상품(예를 들어 열기구 투어, 지프 투어등)은 선택관광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참여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기본 패키지는 관광지로 이동하여 쓱~둘러보는 정도까지이고 정말 유명하고 재미있는 것들은 모두 선택관광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선택관광 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는 어떤 항목들은 뭘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선택관광 리스트의 항목들을 꼼꼼히 하나하나 검색하여 찾아보고 나서 대략적으로 어떤 선택관광은 참여하고 어떤 것은 불참할지 정해서 부모님과 상의했다. 처음 내 의견으로 참여할만한 선택 관광들을 골라 말씀드렸을 때는 그냥 그렇게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튀르키예에 도착하여 최종 결정을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할 시기가 오자 부모님께서는 이왕이면 모든 선택관광에 참여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셨다. 결국 여행 전에 골라두었던 선택광관들과는 무관하게 우리 가족은 가능한 한 모든 선택관광에 참여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모든 선택관광에 참여하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으로 관광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선택 관광이 돈이 아깝지는 않게 느껴졌다. 혹시 나의 경우와 같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인 경우라면 선택관광은 모두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준비해야 하는 것 중, 좀 까다로웠던 것이 환전이었다. 여행사의 안내장에는 유로로 만 환전을 하면 된다고 안내가 되었는데, 안내장 내용 중 현지 관광 후 팁을 주기 위해 1유로권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도 있었다. 1유로는 동전인데 한국에서는 환전이 안될 것이고 그럼 현지에 가서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러 후기를 찾아본 바로는 대부분 팁을 1달러 지폐로 줬다고 하여 우선 1인당 20달러씩 총 80달러를 1달러 지폐로 환전하기로 하고 은행에 방문했다. 유로화 까지는 별문제 없이 환전을 하였는데 달러가 문제였다. 은행에 방문했지만 환전은 스마트폰 뱅킹으로 신청하는 쪽이 수수료가 가장 저렴하다는 은행원의 안내에 나는 내가 필요한 80달러를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구입(환전) 처리했다. 그러고 나서 은행원님께 80달러를 1달러 지폐로 모두 환전을 요청하였는데, 은행원님께서 그제야 보유하고 있는 1달러 지폐 잔고가 많지 않아서 1인당 20장 정도만 환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나머지 60달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문의했더니, 다른 권종으로 가져가시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미 다른 권종은 지난번 여행에서 남은 달러를 제법 가지고 있어서 필요가 없었기에 참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방금 환전한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꾸려니 수수료는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된다. 은행원님의 묵묵부답에 마음은 답답하고, 머릿속은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궁리하느라 점점 복잡해졌다. 어차피 선착순으로 환전을 해 주는 것인데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권종의 수량 제한을 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하여 은행원님을 재차 설득하였지만 1달러 지폐 30장을 환전해 주는 것으로 협상은 끝나 버렸다. 그리고 은행원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외환계좌를 사용하여 달러를 예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나머지 달러는 은행에 그대로 예금을 하였다. 그리고 은행원님으로부터 다른 은행에 방문하여 1달러 지폐로 인출할 수 있다는 팁을 얻은 후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후 부모님께 연락들 드려 가능하면 40달러 정도를 1달러 지폐로 환전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내가 겪었던 상황을 설명해 드리며 혹시 은행에서 환전이 불가하다고 하면 되는 만큼만 환전을 해 달라고도 말씀드렸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방문한 은행에서는 별다른 말 없이 원하는 만큼 환전을 할 수 있었고, 나머지 10달러는 내가 갔던 은행에 다시 방문하여 예금해 두었던 달러를 인출하였다. 다른 은행원님이었어서 그런지 지난 환전 이력은 상관없이 내어 주셨다. 그리고 여행 출발 전주에 가이드님이 팁으로 1인당 30달러 정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추가 환전을 하였는데, 그냥 내가 같은 은행에 이틀 나누어 방문하여 20달러씩 두 번 인출을 하여 환전을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준비한 것들이 많았다. 튀르키예에 있는 호텔에는 커피포트가 없거나 청결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휴대용 포트를 준비하면 좋다고 하여 접이식 포트를 하나 구매하였고, 혹시 어른들 입맛에 음식이 맞지 않을까 걱정하여 볶음 고추장과 통조림 볶음 김치도 몇 개 구매하였다. 그리고 꼼꼼한 아내가 소화제, 진통제등 상비약과 많이 걸어 다녀 다리가 부을 것을 대비하여 냉찜질 패드, 안대형 눈 마사지 온열 패드도 준비해 주었다. 이렇게 자잘한 준비물 들은 큰 어려움 없이 준비를 마쳤다.
이런저런 준비물들을 캐리어에 넣고 나니 제법 무게가 나가는 듯했다. 항공사 규정상 1인당 20kg의 수하물만 허용되어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우선은 필요한 것들을 모두 넣어서 준비를 마무리했다.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고 여행 출발 전날이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예전에 다녀온 다른 여행과는 다른 기분이 드는 밤을 보냈다.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늦잠 자지 않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던 이전의 여행과는 다르게 함께 가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이유 모를 약간의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 나는 부모님의 품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모님도 나의 가족이지만 현실적으로 나와 항상 같이 생활하고 내가 책임 쳐야 하는 가족은 이제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오롯이 내가 다 책임질 수 없다는 한계가 실감되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과정이라고 나를 합리화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서 여러모로 착잡한 여행전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