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일거다.
들국화가 행진이라는 놀래를 불렀을 때
외식하는 사람을 만났더니
냉동 삼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그냥 내가 일을 처음 배우던 1990년에는 냉장 삼겹살을 대리점에 주면 사장님들이 그것 이쁘게 냉동해서 판다고 자랑하던 이야기를 듣던 기억이 있다.
신산동 본사에 근무하더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는 신사동 오거리 두꺼비집에서 냉동 삼겹살과 소주를 마셨다.
다시 유행하는 냉동 삼겹살시대
레트로니
복고니
응답하라니
다 미화다.
가난한 날의 추억이 아니라 가난해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삼겹살집이 등장한 것이다.
2cm 이상 스테이크형의 육집 가득한 삼겹살
그릴링을 하는 서버들이 하나하나 구워 주더 삼겹살의 사치의 시대는 갔다.
이제 좀 사람들이 솔직해 지는 것 같다.
왜? 냉삼이 우후죽순처럼 삼겹살집이 생겨났던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삼겹이 넘쳐 나던 1990년대 중반까지 20년 동안 대세였을까?
그리고 이 냉동삼겹이 그 시절 모습으로 그대로 우리에게 다시 오고 있는 걸까?
프로판 가스위에 철판을 갈고 그위에 알루미늄 호일
냉동고안 접시에 이미 1인분씩 준비된 냉동 삼겹살
손님들 스스로 구워 먹는 셀프서비스
8mm 이하의 얇은 삼겹살은 불판만 뜨거워지면 즉시 익는다.
조금 더 나 두면 크리스피한 식감까지
MSG가 들어간 맛소금과 후추의 진한 향이 삼겹살의 감칠 맛을 더하고
혹시 조금 진한 돼지 냄새를 커버해 준다.
속도전의 시대
최고의 속도전이 가능한 메뉴가 냉동삼겹살이다.
그대들의 아버지들의 청춘에 이런 삼겹살과 도수 진한 소주가 있었다.
과장이 부장이 되어야 내가 부장이 되고 부장이 이사가 되어야 내가 부장이 되는 신 계급주의 사회 질서속에 우리는 매일 밤 충성을 맹세하는 산업화 고도성장시대의 제사 의식을 수행했는지 모른다.
불은 인간을 모으고
고기는 하늘에 바치는 기도였다.
냉동고안 접시에 준비된 고기들이 1994년 신사동 두꺼비집을 닮았다.
그때 그 화려했던 시절의 사람들은 없는데
다시 돌아와 선 냉동 삼겹살 앞에서
국 계장도
이용봉 선배도
김팀장님도
석진이도
김상무님도 다 보고 싶다.
복고 스러운 반찬 그릇들
개업비용도 생각보다 적게 들었을거다.
망원동 행진
두꺼비 집과 달라진 건
돈차돌
이게 머릿고기쪽일건데
이미 볶아져서 차갑게 냉장 보관 되었다 나오는 김치 볶음밥
고추장 찌개라는 그저 매운 맛이 강한 찌개
170 그램의 12,000원짜리 국내산 삽겹살이라는 가성비가 좋은 컨셉이다.
식당의 원가 보존은 돈차돌이 커버를 해 주겠지
이런 시스템이면 잘 하면 같은 평수에서 한두면의 인건비 절감이 가능할 것 같다.
문제는 냉삼의 품질유지인데
그 비밀을 찾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수입 냉동육 도매 가격이 kg당 6000원 선이고 요즘 국내산이 14,000원선인데 이런 모델이라면 수입육으로 식당을 하면 7900원 1인분도 가능할 것 같은데
1985년 그 시절의 냉동 삼겹과 2018년 냉동 삼겹의 시대가 분명 같은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을 것 같다.
맛의 결정적 순간을 찾아서 급동 시키는 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다.
숙성 동결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왜?
우리에게 삼겹살은 냉동으로 왔을까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맛 칼럼리스트들이 주장하듯 삼겹살이 수출 잔여육이든
내가 주장하는 햄 소시지 공장의 원료육 비축 분이든
삼겹살이 우리나라 최초로 작업장과 소비지의 이동거리가 가장 길고 생산시기와 소비시기가 달랐던 비축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1995년이후 현대적 LPC 에서 냉장 수출이 되고 냉장육을 유통할 대형 마트들이 생기고 브랜드 돈육들의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라는 차별화 전략의 힘으로 냉동은 맛없는 고기 냉장은 맛있는 고기라는 그릇된 고기에 대한 인식을 만들었다.
그중에 나도 있었다.
마치 빨간 옷의 산타 할아버지가 코카콜라의 마케팅이었던 것처럼
지금 다시 이야기하면
냉동육으로 요리해서 먹을 때 맛있는 요리법에는 냉동이 좋고
냉장으로 요리해서 먹을 때 맛있는 요리법에는 냉장이 좋다.
어설픈 두께의 삼겹살은 잘 숙성된 냉장육이 좋지만
바삭바삭한 식감을 원할 때는 나리 식당 삼겹살 두께의 냉동육이 더 맛 있다.
고기 맛의 정답을 찾는 건
사랑의 공식을 찾는 것 같은 바보스러움이다.
단기 위생적으로 얼마나 잘 생산 보관 숙성 유통하는가 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