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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A와 Plan B

Plan A와 Plan B    

“난 이번 공모전에 목숨 걸었어. 공모전 탈락하기만 해봐. 콱 죽을 거야!”

“인턴 지원했는데.......불안해. 이번에 떨어지면, 나 한 학기 동안 뭐하지?”    

마치 슈퍼마리오처럼 우리네 인생도 매 시기마다 헤쳐나아가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손가락이 아프게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면서 한 판을 겨우 깨고 나면, 날개 달린 거북이와 가시 박힌 괴물을 상대해야하는 더 어려운 게임이 펼쳐진다. 인생도 비슷하다. 겨우 한 고개를 넘고 숨을 돌릴라치면 내리막 능선에 이어 가파른 능선이 나오는 것과 같이 말이다. 동전 하나로 3번의 목숨을 챙겨 받고, 금화를 모아서 목숨을 늘릴 수 있는 마리오와는 다르게 우리네 목숨은 하나다. 그러다보니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오롯하게 하나만을 본다. 내가 원하는 것, 혹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이것들에 닿지 못하면 세상이 두 쪽이 나고, 인생이 끝난 것처럼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의 20대일 것이다.    

20대라면 반드시 봤을 영화, 보지 않아도 내용은 익히 아는 그 유명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You don't have plan 'B', you only have plan 'A'." 영화 속의 앤드리아는 악마를 상대해야하기에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할 필요도 생각해서도 안 될 테지만, 본인의 인생 설계에 있어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Plan A와 Plan B의 문제가 나온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Plan A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Plan A가 이루어질 확률이 우리의 소망과 정비례했다면, 쇼펜하우어와 같은 염세주의 철학자들은 애당초 철학사에 족적을 남기지도 못했을 거다.     

병법가인 손자가 말하길, 승리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적을 공격하지 않고서 얻는 승리와 적을 공격한 끝에 얻은 승리인데, 전자는 최상책(最上策)이고, 후자를 가리켜 차선책(次善策)이라 한다. 즉, 백번 싸워 백번을 이겼다하더라도, 그것은 손자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승리가 아닌 것이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승리라는 뜻이다. 자자,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 시킨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가? 최소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한다는 경제 논리와 그대로 일맥상통한다. Plan A, 즉 최상책이 현실에서도 먹혀들어갔더라면, 지략의 대가 제갈공명이 과연 출사표를 던질 필요가 있었을까? 위나라를 공격하러 떠나는 날 황제 앞에 나아가 눈물을 흘리며 출사표를 올렸을 와룡선생의 심정을 오늘날의 20대도 반추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싸우지 않고 위나라를 회유할 수 있었다면, 공명은 결코 차선책인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쟁 없이 위나라를 갖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공모전에 출전할 경우, 나의 이력서 관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보고 싶은 멋진 회사의 인턴에 지원할 경우 등에서 차선책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차선책을 세우지 않고 최상책만 쫓던 이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던 최상책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힐 때 크나 큰 좌절과 시련의 늪에 빠져버릴 것이다. 자신의 무능력함과 따라주지 않는 운을 한탄하며 말이다. 하지만, 차선책을 만들어 놓은 이들에겐, 설사 자신의 최상책이 먹혀들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또 다른 선택을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의 희망에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Plan B를 간과하는 20대는 결코 여유롭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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