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가축의 근육이 고기가 되고 숙성육이 되는 과정
살아 있는 가축의 근육은 생리적으로 균형이 잡힌 내부적환경(예; pH, 온도, 산소농도 등)을 유지하기 위하여 체내 각종 기관과 조직들이 효과적으로 기능을 한다. 그러나 도축 후 고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생리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던 내부환경인 생체항상성(homeostasis)이 깨진다. 그리고 대사적, 물리적, 유전적, 환경적으로 같은 조건 아래서 생산된 가축의 고기라고 할지라도 도축 전후의 취급 방법에 따라 육질이 크게 다른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다. 따라서 사후 근육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여 이를 숙성처리에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우수한 맛과 품질의 숙성육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되는 분기점은 도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살은 기절과 방혈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은 가급적 빠르고 고통 없이 이루어진다. 도살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혈압상승이나 신경자극은 조직손상의 원인이 되며 심한 몸부림도 출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방혈은 가능한 충분히 실시하는데, 방혈 즉시 근육 내에서는 일련의 사후변화가 시작된다.
방혈에 따른 체내 혈액순환의 중단은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하는 시작점이기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방혈이 시작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증가하며, 모세혈관은 혈압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축한다. 또 각종 생체 기관들도 혈액을 저장하게 되는데, 실제로 방혈을 통해 총 혈액의 약 50% 정도만 제거되고 나머지 50%는 심장을 비롯한 중요 내장기관과 근육 중에 남아있게 된다. 이렇게 체내에 남아있는 혈액은 미생물, 특히 부패균의 좋은 먹이가 되어 쉽게 고기를 부패시킬 뿐만 아니라, 고기의 색을 검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불쾌감을 주어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체내 혈액순환의 중단은 근육에 산소공급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근육에서 산소는 혈액순환을 통해 근육조직으로 운반되고, 육색소인 마이오글로빈과 결합하여 대사에 이용될 때까지 저장된다. 그러나 방혈 후 저장된 산소가 대사에 이용됨으로써 그 양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산화적 대사가 중단되고 산소가 없는, 즉 혐기적 대사로 바뀌게 된다. 이 혐기적 대사를 통해 생성된 젖산은 살아있는 근육에서는 간으로 운반되어 포도당과 글라이코젠으로 재합성되거나 신장에서 탄산가스와 물로 대사되지만, 혈액순환이 중단되면 근육조직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후 근육의 에너지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근육에서 근육의 수축 및 이온수송을 포함한 각종 대사 작용을 수행하기 위해 근육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에너지원은 ATP 라는 고에너지화합물이다. 이 ATP는 일반적으로 다음 3가지의 방법으로 생성된다. 첫째, 근섬유 내에 존재하는 크리아틴포스페이트(creatine phosphate)로부터 생성되는 것으로, 이 크리아틴포스페이트는 근섬유 내에 상당한 농도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근육에서는 ATP의 분해 속도가 빠르더라도 그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사후 근육에서도 크리아틴포스페이트의 약 70%가 분해될 때까지 ATP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둘째, 산소공급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호기적 대사에 의한 것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되면서 생기는 에너지가 ATP 합성에 이용된다. 그러나 혈액순환의 중단에 따라 산소공급 중단되면 근육 내 마이오글로빈과 결합하고 있는 산소는 약 5분 이내에 모두 사용되고, 이 호기적 대사에 의한 ATP 생성은 곧 중단된다. 셋째, 근육 내 산소공급이 중단되면 근육 내에 존재하고 있는 글라이코젠이 해당작용을 통해 젖산으로 분해되면서 ATP를 생성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살아있는 근육이 식육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시작은 방혈에 따른 산소공급의 중단으로, 마이오글로빈과 결합된 산소가 모두 소모되고 나면 근육은 혐기적 대사를 통해 ATP를 생성하게 된다. 즉 크리아틴포스페이트로부터, 또 글라이코젠이 젖산으로 분해되면서 사후 일정 기간 동안 비록 제한된 양이지만 ATP의 생성은 지속된다. 그러나 근육 내 이 물질들의 함량은 제한되어 있기에 사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고갈되고, 결국에는 ATP 생성이 완전히 중지되는데, 그렇게 되면 근육은 더 이상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없기에 사후강직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이 사후강직 현상으로, 사후 근육이 유연하고 신전성이 있는 상태에서 굳어지고 신전성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근섬유의 미세구조를 이루고 있는 액틴 필라멘트와 마이오신 필라멘트 사이에 영구적이고 비가역적인 상호결합이 형성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살아있는 근육에서는 이 액틴 필라멘트와 마이오신 필라멘트가 ATP라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가역적으로 결합과 이완을 반복하지만, ATP가 완전히 고갈되면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한 액토마이오신은 해리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사후 초기 근육 내 ATP 수준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동안은 살아있는 근육에서와 마찬가지로 액틴과 마이오신의 결합이 가역적으로 이완될 수 있기에 근육이 유연하고 신전성이 좋지만, 사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ATP가 고갈되면 불가역적인 액토마이오신의 생성으로 근육은 굳어지고 신전성을 잃게 된다. 더구나 살아있는 근육에서는 액틴 필라멘트와 마이오신 필라멘트 중 약 20% 정도만이 액토마이오신 결합에 이용되지만, 사후강직의 경우에는 액틴 필라멘트와 마이오신 필라멘트가 겹쳐있는 거의 모든 부위가 결합에 이용되기 때문에, 그 결과 근육은 더욱 단축되고 장력이 생성되어 보다 단단히 굳어진다. 사후강직으로 고기가 질겨진다는 말이다.
사후 근육의 또 다른 주요 변화는 pH가 떨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소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는 혐기적 대사를 통해 근육 내 글라이코젠이 젖산으로 분해되면서 ATP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젖산은 살아있는 근육에서와 같이 간으로 운반되지 못하고 근육조직에 축적되게 된다. 따라서 근육 내 글라이코젠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젖산의 축적은 지속되고, 그 결과 근육의 pH는 중성인 pH 7.0에서 pH 5.6 근처로 떨어진다. 이 pH의 저하 속도는 가축의 종류, 도살조건 및 취급 방법에 따라 달라지며 육질에 매우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돼지가 도축 바로 직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축 후 도체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해당 속도가 빨라져, 결과적으로 빠른 pH저하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육단백질 변성의 좋은 조건을 제공하여 PSE육이 되기 쉽다. 반대로 도축 후 pH가 큰 변화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가축이 도축 전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 주로 발생하며, 이렇게 도축 전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근육 내 글라이코젠이 거의 모두 이용되어 없어지고, 사후 근육 내에는 젖산을 생성할 글라이코젠이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에 pH의 변화가 없게 되며, 그 결과 대부분 DFD육이 된다.
사후 근육의 pH 변화와 사후강직과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후 급속한 pH 저하를 보이거나, 반대로 pH 저하가 거의 없는 경우 둘 다 사후강직의 시작과 완료가 빨리 이루어진다. 이 두 경우 모두 ATP의 생성이 장시간 지속되지 못하거나 급속히 고갈되기 때문에 사후강직이 일찍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두 경우는 숙성의 시작도 빨라지지만, 그렇다고 숙성의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둘 다 육질이 나쁘기 때문에 숙성을 통해 맛과 연도를 향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PSE육의 경우 낮은 pH로 인해 숙성 중 신맛이 강하게 생성되고, DFD육의 경우는 높은 pH로 인해 숙성 중 부패미생물의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 고기를 썩게 만든다.
이처럼 살아있는 근육이 고기로 전환되는 동안 근육은 물리화학적 성질의 변화를 나타낸다. 즉, 사후 근육은 모든 생체항상성을 잃게 되고,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각종 대사 물질들이 고갈됨에 따라 더 이상 열이 발생하지 않고 온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살아있는 근육에서는 일련의 방어기작에 의해 세포가 미생물의 침입을 막아내지만, 고기로 전화되는 과정에서 미생물의 침입을 막아내는 각종 기저막의 기능이 상실되어 세균의 침입이 쉽게 된다. 따라서 근육이 고기로 전환된 이후 숙성의 과정에 들어가면 자칫 쉽게 부패균이 성장하여 고기가 썩을 수 있기 때문에, 고기의 부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숙성의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