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춘기 부모와 사춘기 아이들의 동거
마음을 굳게 먹고!
"엄마, 나 요즘 사춘기인 것 같아. 자꾸 짜증이 나."
이제 초6학년이 되는 딸아이. 요즘 들어 많이 예민해졌다. 중1이 되는 아들은 벌써 6학년 1년 내내 집에 있는 둥 없는 둥 방문을 닫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하하 호호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화목한 집안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싸~해졌다.
"그래? 엄마는 사십춘기거든. 엄마도 예민해."
아이들의 사춘기를 받아줄 여력이 없다. 나 또한 사십춘기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먹고사는 걱정부터 마흔이 지나고부터 나타나는 몸의 여러 변화에 당황스럽다. 올 가을 환절기부터는 눈 주위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안과에서 연고를 하나 처방받아 바르면 나아졌다가 금세 또다시 부었다. 환절기라 그러려니 하고 놔뒀더니 어느새 3개월째 이런다. 입술도 구레나룻 부분 피부도 벗겨지기 시작한다. 낫지를 않으니 혹시 피부암인가 싶은 생각도 들어 가슴이 철렁한다. 사십 중반에 든 남편은 언제부터 두드러기가 한 번씩 올라온다. 주기적은 아니지만 가끔 밤새 남편을 찾아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불청객이다.
마흔만 지나면 몸이 달라진다는 언니들의 이야기에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고 예외일 수 없는 법. 어느새 흰머리도 올라온다. 친구는 벌써 새치염색을 한다고 했다. 나는 염색을 안 하고 버텨볼 작정인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0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도 나도 눈가에 주름이며 흰머리며 두꺼운 화장으로 감출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왔다. 10대 소녀들처럼 웃고 떠들며 신나게 놀다 보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라는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어른'이 되기엔 아직 먼 것 같은 기분. 애가 애를 키우고 있는 것 아닐까.
마흔. 나는 늙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나며 어른이 되어 간다. 나는 나대로 혼란스럽고, 아이는 아이대로 방황한다. 나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버거운데 아이의 변화까지 참아주어야 한다. 사십춘기와 사춘기.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내 중심을 꽉 붙들어 메어야겠다. 아이의 방황에 같이 흔들리지 않도록.(조금 전에도 짜증 내는 아이에게 같이 화내고 온 건 안 비밀.ㅜㅜ)